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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

by 달그락달그락 2023. 9. 6.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 사람의 능력 밖의 세계를 나는 믿는다.”

 

김영갑 선생이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알고 20여 년 동안 혼자서 제주에서 사진만 찍고 살았다. 10여 년 넘게 움막 같은 곳에서 기거했다. 사진만을 찍기에는 너무나 가난했지만, 자연과 벗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 냈다.

 

 

김 선생님 사진 한쪽은 처절하리만큼 외로움이 묻어 있다. 그런데 너무 깊은 평화가 있다. 사람보다는 제주의 자연에 흠뻑 빠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다가 40대 루게릭병을 얻은 후 폐교를 얻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만들고 50도 안 되는 나이에 이 땅을 떠난다.

 

그가 쓴 책의 마지막 장의 문장. 온몸이 굳어 웃기만 해도 근육이 움직이며 고통스러웠다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갤러리를 만들었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번 주 며칠 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다. 작가에 대해서 상상만 하고 10여 년 사진만 봐 오다가 삶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그의 인생 또한 사진에 있는 제주의 바람과 너무 닮아서 공감이 컸다. 제주의 바람과 같이 이 땅을 살고 간 김 선생님. 두모악에서 조용히 잠들었고 그의 뼈는 두모악 마당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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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어리석음은 없다. 이건 분명 발전도 아니고 개발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무지에서 비롯된 파괴였고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실수였다.” 155

 

금전적으로 궁색한 나는 혼자 지내며 사진만을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돈이 절약되는 것들만 찾아서 한다. 사진 찍는 사람에게는 사진만을 생각하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길이다. 돈은 없고 시간이 많은 나는 늘 사진만을 생각한다.” 130

 

사진에 매달려 세월을 잊고 살다 보니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사진을 계속할 수 있는 한 나는 행복할 것입니다. 살아 있음에 끝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나의 사진 속에는 비틀거리며 흘려보낸 내 젊음의 흔적들이 비늘처럼 붙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좌절, 방황, 분노... 내 사진은 내 삶과 영혼의 기록입니다.” 167

 

제주의 자연과 사진. 그곳에서 삶의 가장 내밀하고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자신만의 삶을 외롭지만 가장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다 갔다. 사람에게 초월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인가?

 

조만간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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