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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마음속 아이의 힘겨움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9.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수기에 적나라한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 정말 이런 가정도 있을까 싶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올만한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사실로 나열되어 있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작은 방에 날 들여 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7일씩 밥 굶는 건 일쑤였고,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맞아서 쓰러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랬기 때문에 가출을 했다. 밖으로 나가면 밥 먹여줄 사람은 없지만 때리는 사람 역시 없었으니까.” p. 105

 

“99년 18세. 집에 들어갔다. 큰오빠한데 좆나게 맞고 작은 오빠한테도 좆나게 맞았다. 하루 종일 맞았나 보다. 맞다가 오빠들한데 그랬다. 씨발 죽었어. 다시는 집에 안 들어와. 씨발. 하고 나는 다시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집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나는 오빠들이 나를 때려서 정말 미웠다. - 중략 – 다방사장이 나에게 그랬다. 시간도 잘 나가고 일 잘한다고 했다. 나는 그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칭찬을 받아서.” p. 139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엮음 중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직접 쓴 이 책의 내용은 어린 시절부터 10대까지 가정에서 사랑은커녕 매일이 지옥인 폭력에 노출되어 살기 위해서 가출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보였다. 내 눈에는 모두가 그랬다. 

 

가정이라는 지옥을 건너 사회라는 성매매 소굴인 또 다른 지옥에 보내진 여성들. 그 곳에서 포주가 일 잘한다는 칭찬에 그렇게 기분 좋아 더욱 더 일을 열심히 한 여성. 

 

지난 주 이 책과 함께 연달아 읽었던 이무석 선생의 ‘30년간의 휴식’이라는 글의 주제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경험이 만든 성격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는 것”으로 읽혔다. 

 

 

 

 

무의식 속의 ‘마음속의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고, 그 무의식의 대부분은 가족 특히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지난 주 밤마다 이런저런 연유로 연달아 읽게 된 두 권의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인데 관점의 맥락은 같다는 데에서 조금 놀랐다. 한권은 성매매여성들의 피해에 대해 당사자들이 쓴 책이고 한권은 무의식에 대해서 매우 쉽게 쓴 정신과 의사의 대중서다. 

 

 

 

이야기는 모두가 달랐으나 내 보기에 맥락은 간단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정신적인 힘은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 문제는 우리 모두가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우리 모두는 완전하지 않으며 문제 투성이라는 거다. 부모된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 하나를 꼽아 보라면 자기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기 자녀에게만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랑을 쏟아야 한다. 자녀 입장에서 가정은 삶의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가정의 책임 운운하게 되면 그 책임 뭉퉁거려서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가정의 책임은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의 잘 못된 영향에 의해 생성된 자녀(우리 모두는 자녀였다)의 정신적 바탕에 있는 내면의 '어린아이'의 아픔은 시도 때도 없이 튀어 나온다. 개인을 힘들게 하고 사회를 멍들게 한다. 

 

성매매피해 여성들의 집안의 문제를 읽다 보면... 가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 같아서도 100번은 뛰쳐 나왔을 것만 같다.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부모와 주변의 사회적 환경은 전혀 책임질 마음도 없고 그러한 결과는 온전히 당사자인 자녀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오히려 비난하기 바쁘다. 온전히 성매매 여성들에 어깨에 내리 누르는 악이 되어 순환된다. 법치주의 사회라는 허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음지에서 일어나는 이런 악랄하기 그지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너무 미미하게 느껴진다.

 

부모나 이웃이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이해한다고.. 힘내라고, 함께 해 보자고”.. 뭐든 당사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작디 작은 관계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개인의 가슴 가장 밑바닥에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아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모두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마냥 엮여 있다.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아픔이 그대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부모의 힘겨움을 덜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등 사회적 문제해결은 필수다. 그 모든 일들은 결국 개인의 건강과 사람들 관계의 건강에 있다는 것. 마음속의 아이의 문제는 그 아이만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사회적 환경과 정치, 사회 등 모든 것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즉시해야 한다고.. 그래서? 또 뭘 할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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