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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청소년기관에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 (조직 어려움과 대안): 길위의청년학교&달그락 워크숍 에서(1)

by 달그락달그락 2023. 8. 29.

제주에서 길위의청년학교(이하 길청)와 청소년자치연구소 선생님들과 34일간 따로 또 같이워크숍을 가졌다. 23일 길청의 청년들과 12일은 달그락 샘들과 함께 했는데, 중간 하루는 전체가 모여 비전워크숍으로 자기 삶과 활동에 대해서 나누었다.

 

 

첫날 밤 오티를 시작으로 새벽 4시 넘어서까지 길청 청년들 내밀한 삶의 이야기 들었다. 제언이나 개인적 경험을 안내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청년들의 이야기 듣고 질문했다. 경청하는 과정에서 몇 분은 복받치는 현장에 힘겨움 때문에 눈물이 터졌다. 어쩌면 우리 삶은 슬픔일 수도 있겠다. 가끔 기쁨이 있는 슬픈 삶.

 

청년들의 직장 생활 가운데 가장 힘겨운 문제는 인간관계와 흐릿한 미래였다. 활동 현장이 기대와 달라서 당황한 점, 함께 비전을 나누며 이루고 싶으나 사업으로만 연결되는 관계까지 고민이 많았다.

 

이들이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났을 수도 있고, 오해 때문일 수도 있으며, 자기 연민과 조직 문화까지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을 추측하게 했다. 인간관계는 죽을 때까지 우리 모두의 과제인데 문제는 나와 같은 생각과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

 

우리가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웃고, 울고, 감동하고 감사하며 분노하는 모든 일이 그 안에서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도 있지만 삶의 이유나 가치 감동과 자아실현의 상당 부분이 그 관계의 공간에 벌어진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 똑같은 역량을 가졌어도 어떤 공간에서는 찌질이취급을 받는데 어떤 공간에서는 최고의 리더 역할로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많이도 돌아 다니는 생수 사례와 같다. 같은 제품의 생수일지라도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 도소매점, 비행기 비즈니스석, 호텔에서의 가격(대우)이 다른 것. 또 한가지는 물이 넘쳐 흐르는 곳에서의 생수는 특별한 가치가 없지만 반드시 물이 필요한 때와 공간이 있는 법이다. 자신을 귀한 존재로서 존중하고 꼭 필요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

 

또 한가지는 자신이 속한 조직에 문제가 있을 때 개인 역량으로 조직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힘이 없는 초임이나 실무진들이 조직 문화를 바꾸어 내기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조직(회사)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경청이었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적극적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노력. 누군가는 뻔한 말 하느냐고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타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듣는 과정이다.

 

경청이라고 하니 말을 잘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아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가 나에게 말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나에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거다. 신뢰가 기본이라는 말이다. 조직생활하는 우리는 그러한 신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서도 타자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야 한다. 사람은 변화의 대상이기 보다는 알아가는 존재에 가깝다. 역량강화 교육을 한다면서 어떤 사안을 강조하며 교육할 때의 변화도 있지만, 이 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을 때 더 큰 변화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김범준은 귀를 열면 대화가 달라진다에서 듣기를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긴 시간 상대방의 말을 듣는 태도에는 그야말로 사랑이 담겨 있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위대한 표현법이라고 찬양한다.

 

나를 알아가고 타자를 알아가는 일이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경청과 공감은 선배, 상관만의 일이 아니다. 선배와 후배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몸을 기울여 들으려는 노력이 긍정적 관계의 시작이고 과정이며 마지막일 수 있다.

 

청년들의 내밀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바꾸어 내려는 부분도 있었으나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 달라는 내용이 훨씬 많았다. 최근 현장 활동을 시작한 청년은 오해하는 일도 있었다.

 

세 번째, 사적 패거리 문화가 공적 기관의 사업을 좌지우지 해서는 안된다. 직장 내 공적인 일은 공적 공간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옳다. 자기 측근 몇 명과 술자리 등 사적 공간에서 파벌 만들고 기관을 운영하는 일은 조직 전체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기관장이 자신을 좋아하는 총애하는 몇 명과만 술자리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기관을 운영하는 기준이 된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자신에게 조직 문제를 제기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기획하며, 조직 내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를 배척하고 무조건 자신만을 존중하는 예스맨을 원하는 조직이라면 어떻게 될까? 답은 나와 있다. 그 조직에서 주도적인 활동이나 사업을 위해서 공부하고 혁신하려는 사람은 오래 일하기 어려울 거다. 그저 기관장이나 국장, 부장 등과의 술자리 관계가 좋은 사람들만 남는다면 결코 긍정적인 조직이 될 수 없다.

 

넷째, 나의 자율성과 자치를 위해서는 활동의 전문성사회적 자본이 핵심이었다. 개인적으로 매번 주장했던 내용이다. 청소년활동의 전문성은 기관에서 일년 터울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의 행정과 몇 가지 프로그램 진행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사는 대학병원, 종합병원 또는 개업을 하거나 국경없는의사회에 일하더라도 자기 전공을 가지고 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기 전문성이다. 기관이나 조직을 넘어서 개인 자체의 자기 역량이 있다는 말이다.

 

건축사, 기술사도 그렇고 우리네 주변에 수 많은 전문직종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현재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청소년관련 전문성을 가지고 현재 기관에서 받는 월급 수준의 연봉은 유지할 자신이 있는가? 그 연봉을 받기 위한 나의 전문성은 과연 무엇인가? 어떤 기관시설 즉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아닌 당신이 가진 그 전문성을 가지고 먹고 살만한 사회적 역량에 대해서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만의 전문성이 있는 것이다.

 

전문성과 함께 중요한 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돈이 아닌 사람을 통해서 활동을 이루어 갈 수 있는 관계다. 그 요체는 신뢰.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돈이나 어떤 이권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 연대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있는가?

 

돈이나 어떤 회사의 사업이 아닌 나라는 존재, 개인을 통해서 제안한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인가?

 

 

청년들과 깊게 이야기 하면 할수록 결국은 조직생활에 힘겨움을 넘어 서기 위해서 몇 가지 대안이 있었다. 일단 견디는 것, 나를 알아주는 기관으로 이직하는 것, 몇 군데 이직해 보니 비슷한 유형의 힘겨움이 있으니 차라리 내가 꿈꾸는 활동을 내 힘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이다.

 

내가 원하는 활동을 내가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어떤 기관에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고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반복하지만 핵심은 청소년활동의 전문성사회적 자본곧 존재 자체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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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워크숍 후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호는 길청&달그락 선생님들의 비전 워크숍에서 정리한 내용을 안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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