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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돈을 계속해서 많이 벌면 행복할까?

by 달그락달그락 2023. 3. 15.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은 미국인 45만 명을 조사해서 우리 돈으로 연봉 약 8천만 원까지만 행복도가 증가하고 그 이상 연봉이 높아져도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통계적으로 연봉 8천만 원까지만 행복하고 그 이상의 돈을 계속해서 번다고 해서 행복도가 그리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행복엔 돈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해석으로 들린다.
 
미국의 통계가 우리나라에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우리의 행복도는 어때야 할까? 일단 대다수 불행한 게 맞다.
 

 

우리나라 평균 연봉이 얼마인지 살펴보면 왜 이렇게 죽도록 일하는지 알 수 있다. 20224분기 국세 통계라고 발표한 평균 연봉은 대략 세전 4,024만 원이었고, 억대 연봉자가 1123,000명이다.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 직장인 평균 월급은 대략(세후) 320만 원 정도인데 기가 막힌 것은 4명 중 1명은 150만 원 안 된다는 것. 백만 명이 넘는 억대 연봉자로 평균을 훨씬 웃돌지만 못 버는 사람은 20% 넘는 사람들이 200만 원 내외 또는 그 이하에 머물러 있음도 알 수 있다. 20(대학생 나이부터), 30대 등 세대별로 연봉이 다르게 책정 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 평균 연봉이 4천이 조금 넘는다고 하지만 그 격차는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앵거스 더틴의 연구가 맞는다면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의 돈에 의한 행복지수는 상당수 낮을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연봉 8천까지 올려야 하니 말이다.

그럼 행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연봉을 계속 올리려고 노력해야 하나? 부업? 내 주변에 사람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몇 가지 보이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은 억대 연봉 넘어 그 이상의 돈을 버는 것 같은데 잘 쓰지를 않고 계속 아끼기만 한다. 그렇다고 어디 나누지도 않는다. 내 눈에만 그런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우리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간 내서 여행도 하고 영화나 뮤지컬 등 즐기고 싶은 문화 활동도 꾸준히 한다. 돈을 모으지는 않는 것 같은데 현재를 즐기며 부자처럼 산다. 언제 돈 모을지는 모른다.

 

이런 문화 활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강원도 오지에 들어가서 결혼하고 지역에서 농촌사회사업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흥겹게 삶을 영위하는 친구도 있고, 전혀 연고 없는 농촌에서 청소년들 만나면서 활동하고 이웃과 정겨운 삶을 사는 후배도 있다. 연봉 4천은커녕 소수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열심히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다.

 

막내는 화이트데이라고 어젯밤 1시 넘어서까지 피낭시에 등 빵을 구웠다. 왜 이렇게 많이 만드냐고 물었더니 학교에 친구들도 나누어 주고 언니와 언니 친구들, 가족까지도 나누어 주면 좋아할 거라고 한다. 이 친구에게는 자기 시간 들여 돈 들여 빵 만들어 내는 게 행복이다,

 

나는 어떤가?

 

내가 만약 큰돈이 있다면 현재 하는 일을 이렇게 치열하게 할까? 모금이나 활동 제안을 위해서 사람들을 이렇게 만나고 다닐까? 그 안에 일어나는 여러 감동적인 일들이 많다. 대부분 돈이 없지만 해야 할 활동을 만들어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인데 만약 돈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면 이런 감동과 어떤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도 돈과는 관계없지만 새벽에 530분에 일어나서 전국에서 새벽을 깨우고 글을 쓰겠다는 분들을 환대하면서 함께 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내 성격상 돈이 있건 없건 뭐든 하겠지만 만약 아이들 키우고 놀고먹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지금 행하는 활동들의 상당수는 꽤 큰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해.

 

어쩌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 지금 수준의 재정이 나의 사회적 가치나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촉진제가 아닌가 싶다. 연봉 8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통계가 아닌 그 내면에 가져야 할 행복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 크게 나타난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봐도 내 수준(?)에서 어느 수준의 재정 상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나 연봉 1억은 아니더라도 행복은 돈과는 관계없는 그 무엇임을 알게 된다.

 

오히려 너무 풍족한 것 보다는 적당히 부족한 게 인간관계에서의 겸손함과 더 많은 공동체를 확산하고 알게 되면서 갖는 깊은 인간애와 감동을 알게 해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가? 항상 시간이 부족하지. 돈에 쪼들리듯 시간에도 쪼들린다. 샤를 보들레르는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라는 표현을 하며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라는 말로 들린다.

 

누리고 취하는 게 무얼까? 앞에서 이야기했던 어떤 후배와 같이 여행도 가고 보고 싶은 뮤지컬도 보는 자신만의 어떤 생활을 하라는 말일까?

 

의사이면서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일이 곧 삶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주말을 싫어합니다. 주말의 공허함. 심연, 무질서가 겁나요. 월요일이 오면 병원에 가서 환자를 만나거나 타자가 앞에서 글을 쓸 수 있어서 기뻐하는 편이지요.”라고 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작가로서 글쓰기를 너무 좋아한 사람이었다. 삶이 곧 일이었고 돈이나 시간을 넘어 행하는 일 자체가 기뻤던 사람인 듯싶다.

 

보를레르 건 색스 건, 농촌에서 사회사업을 하는 친구건 돈이 많은 부자인데 아끼기만 하건 그들 삶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없다. 다만 한가지 알게 된 것은 돈이 얼마만큼 있어야 사람이 행복하다는 수식은 모두가 개인적인 주관으로 보인다.

얼마를 가졌든 구애받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그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이들, 신뢰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그 이상 크게 바랄 것이 없어 보인다. 지속 가능하다면 말이다.

 

최소한의 생계를 넘어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자기 행복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일을 더 많이 하건 또 다른 여가를 갖건 그건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말이지.

 

그래도 돈은 좀 많았으면 좋겠다. 이번 해 기관에 쓸데가 너무 많아. 이런...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