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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수다스러운 사람이 행복한 수많은 모임

by 달그락달그락 2022. 10. 2.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해 보자. 힌트를 주자면 우울하고 과묵한 사람보다는 쾌활하고 수다스러운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다 죽을 확률이 높다.” 페친이신 편성준 작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에 에필로그 글이다. 글쓰기 책에서 엉뚱한 문장에 꽂혔다.

 

하는 일 중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 중 하나가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회의, 위원회, 티에프 등으로 이야기되는 수많은 모임이 있다. 무겁게 경직되어 하나 마나 한 형식적인 회의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 중이다. 혹여 공공기관에 무거운 회의일지라도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연구소에서 만들어지는 위원회 등 수많은 모임은 경쾌하게 이끌어 보려고 가벼워 보이려고도 한다. 내가 원래 가벼운 사람인지도.

 

어느 날인가 모임에 참여하면서 장난기 넘쳤고 조금은 수다스럽게 말을 했다. 다운된 분위기 끌어 올리려고 아재 개그도 엄청 날렸다. 그러던 중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계시던 분께서 마지막에 몇 마디 던지는데 말의 무게 때문이지 멋있어 보였다. 마치고 돌아오면서 내가 너무 나댔나? 너무 가볍게 처신하지 않았나? 나도 그분처럼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던지고 멋져 보이는 말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나다가 괜히 쪽팔림이 밀려왔는데, 갑자기 내가 저렇게 하지 않았으면 10톤 내리 깔아 뭉개는 분위기는 누구 몫인가 싶었다.

 

일요일 오후 ‘병옥’이가 ‘버니’를 만나서 매주 일정 나누고 프로젝트 기획 중이다. 독일에서 학위 받아서 내 주변에 유일하게 독일말 잘하는 한국 친구다. 이 모임도 모임이겠지? 편안히 할 말 하는? 조용한 달그락의 오후도 좋구만.

 

나는 경쾌하고 할 말 할 수 있는 조금은 수다스러운 개방된 관계의 모임이 좋다. 수다는 친구에게 떠는 거다. 모임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친구 관계 수준이라면 얼마나 멋진가? 또 한 가지 모임에 주인공이 주인공 역할을 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거다. 수많은 모임에서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꼭 떠드는 사람 한두 명 제외하고는 말을 안 하는 분위기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공공 행사가 그렇다. 행사의 주인공, 예를 들면 문화예술인의 밤, 사회복지사의 날, 청년의 날 등 수많은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에 가장 중요한 첫 순서에 상당 부분은 고위직 관료나 정치인들의 인사말을 엄청 길게(?) 하는 경우가 있다. , 시의원이 10명 참여하면 한명씩 호명하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 본 행사는 30여 분인데 인사말만 한 시간 넘게 하는 행사도 있었다. 리셉션부터 토론회, 세미나 등 수많은 모임(?)에서도 그 주인공이 주인공 목소리를 내면서 조금 더 경쾌한 일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인사말 하면 사라지는 사람들의 주인공 행세하고 원래 주인공들은 남아서 뒤치다꺼리하는 행태가 요즘은 없겠지? 모르겠다.

 

사람이 모임을 한다는 것은 우리네 삶과 같다. 무슨 말이냐고? 생각해 보자. 가족은 모임이다. 피가 섞인 모임이지. 회사는 어떤가? 지역은? 학교는? 국가는? 지구촌은? 무슨 말인지 알겠나? 모두가 모임 안에 있다는 말이다. 그 모임에 주체가 누구이고 나는 어떤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삶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는지, 그 수 많은 사람관계인 모임에서 수다스럽고 경쾌할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그 모든 공간이 조금은 가슴 열고 쿨하게 함께 나누면 좋겠다. 누구나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과 존중. 그거만 이루어져도 삶은 엄청 충만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