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어떤 선망은 욕망으로 쉽게 변질 된다. 희망은 누구나가 욕망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누구나 알 수도 없고 욕망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욕망을 만나면 노예가 되지만 희망은 주체로서 좁고 작은 길, 심지어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제주 다녀오면서 선생님들이 김영갑 선생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을 선물해줘서 읽고 있다. 어제 늦은 밤 첫 장을 폈는데 오래전 김 선생님의 사진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을 또 받았다. 울컥.
10년 전인가? 김영갑 갤러리에 처음 갔었다. 누구 사진인지도 모르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괜히 눈물이 났다. 태어나서 사진을 보고 울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진 안에 바람과 오름, 나무, 갈대에 묻어 있는 외롭고 처절한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 지면서 동화 되어 갔다. 이후 제주 갈 때 시간 되면 들르는 곳이 되었다. ‘김영갑 갤러리’다.
김영갑 선생님은 제주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다가 섬에 정착한 후 식사비를 아껴 필름을 사고 배고프면 들판에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면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제주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라고 적혀 있는 책장 앞글.
이후 버려진 폐교를 얻어 전시관을 만들 무렵 루게릭병에 걸리고 만다.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갤러리 두모악>을 만들어 2002년에 문을 열고, 투병 중 2005년 5월 그가 만든 두모악에서 50도 안된 나이에 조용히 이 땅을 떠났다. 김영갑 작가의 뼈는 화장이 되어 두모악 마당에 뿌려졌다고 전한다.
그는 욕망도 선망도 그 어떤 욕심도 아닌 그저 자신의 외로움과 제주의 평화를 그렇게 남기면서 ‘희망’을 만들어 냈다. ‘희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은 왜 이렇게 매번 울컥하면서 슬픈지. 작업실(사진)에 의자와 책상, 그 공간을 계속 보고 있는데 깊은 ‘외로움’과 ‘평화’가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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