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친절한 태도와 말(제안)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수용력이 필요해!!

by 달그락달그락 2023. 7. 21.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친구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무언가 제안을 해야 한다. 100%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일과 학습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상대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확실하다.

 

다만 친구의 부족한 문제를 거론해야 하므로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말을 하는 순간 상대의 문제는 조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지만 당신과의 관계는 이전보다 좋지 못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상대(친구 혹은 동료)에게 비판 또는 권면을 하겠는가?

 

나이 먹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대부분 상대의 잘못이나 문제를 알면서도 콕 짚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게 미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나 또한 페북 등 SNS를 보더라도 이전처럼 비판적인 글은 거의 사라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곤해서다. 변하지는 않는데 다른 사람들과 거친 논쟁에 지친다.

 

어떤 이들은 상대 문제 해결보다도 관계를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의 문제를 거론하고 제안했을 때 변화가 없고 관계만 안 좋아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애초에 제안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상대가 정말 잘되기를 바란다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아는 만큼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맞지 않을까? 아예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적절한 관계만 유지하는 게 옳은 일일까?

 

 

매불쇼 유튜브 방송 캡쳐

 

그제 유시민 작가 출연한 유튜브를 봤다. 이전 국회의원 할 때 싸가지 없는 정치인 대명사로 자신이 꼽혔다고 했다. 당시 이분에게 조언하신 분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보고 이야기하라고 했단다. “옳은 말인가?”, “꼭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옳으면서 꼭 필요한데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은 친절함에 있지 않았을까? 가까운 이들은 속마음을 알기에 어떤 태도를 취해도 편하게 접근하지만 처음 만나거나 가깝지 않던 이들이 나의 태도나 말투, 집요하리만치 질문하고 토론하려고 하는 모습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돌아보아야 했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강연은 흔들림(?) 특히 가슴의 흔들림이라는 명제를 설정한 나는 그 주제에 맞는 내용과 기준, 가치, 철학, 사례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어떻게든 수강하는 분들을 초집중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판서, 영상, PPT 등 온갖 자료뿐만 아니라 집요한 질문과 이야기, 설명 등. 정말 안 해 본 것 없이 모두 했었다. 흔드는 데는 선수였다.

 

청소년 만나면서 10대를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나는 이후 두려울 게 없었다. 동아리 10여 명, 30여 명 하는 반부터 중, 고등학교 전교생 1천여 명, 체육관과 공연장에서의 강연까지 하고 다녔다. 고위공직자에게도 마구 쏟아부었고 호텔에서 전날 술 마시고 해롱거리는 인사들 모인 곳에서도 청소년들의 그 어떤 가치와 내용을 안내해 주어야겠다는 일념(?)하에 화를 내면서까지 질문 퍼붓고 강의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생각하면 겁 없이 열정적으로 했던 내용 때문에 한 부분 뿌듯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부끄러워지는 부분도 비례해서 커진다. 내가 옳다고 믿고 생각했던 모습만 커 보였고 세 번째에 친절했었나?” 하는 이 부분에 가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변화의 대상이라는 마음이 컸다. 그게 옳다고만 여겼으니 상대(수강생 등)가 현재 앉아 있는 공간에 맥락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작았다.

 

당시를 되돌려 보면 가슴 안에 있는 마음에 따라 급하게 나가는 말의 억양과 제언, 목적과 가치에만 집중하면서 몰아가는 듯한 논리적인 말을 평가자나 강연자가 했을 때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전달하는 것도 기술이자 역량인데 나는 이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이전 나의 부족한 모습을 기억하면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그렇다고 쪽팔리는 일은 아니었다. 상대가 잘되도록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시간 쪼개고 연구하고 현장의 활동들 고민하면서 제안하고 강연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비전은 지역에 달그락과 같은 모델을 중심으로 정책도 안내하면서 꾸준히 연대하여 사회로의 확장이 필요한 일이다. 제언하고 관계하면서 옳은 이야기를 친절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할 명확한 활동이다.

 

최근 하는 활동은 직접 하는 일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진행하는 일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획하고 조직하고 제안하는 여러 일은 결국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 누군가와 신뢰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다. 관계와 제언, 소통, 공감, 경청 모두가 필요한 일이다.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최선의 진실이라면 상대에게 친절하게 지속해서 전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친절히 최선을 다해 제언하고 설명하고 안내했음에도 타자가 상처로 받고 또 다른 상처를 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수용력이 가장 중요한 듯.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옳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와 철학, 가치의 명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더 깊이 있게 만들어가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