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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자기 브랜딩의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3. 7. 3.

1인기업과 관련해서 한참 유행을 탈 때가 있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그렇게 보였던 때 1인기업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이들 중에 일 년에 책을 몇 권씩 출판하는 이가 있었다. 대단해 보였다. 자기 경력과 전문성으로 강연도 하고 돈도 벌고 조직에 구속당하지도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사기업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비영리, 비정부 기관에서도 1인 활동가, 1인 사회사업가 등 이런 부류의 일들이 한참 유행하며 지나가던 때였다.

 

자기개발서도 열심히 읽었고 관련 선구자라고 알려진 이들의 책도 구매해 봤다. 쓰레기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돈 주고 사볼 필요 없는 책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런 책을 일 년에 몇 권씩 찍어 내는데 이후에 성경부터 철학까지 손을 안 대는 게 없는 자칭 모든(?) 전문가도 있었다.

 

요즘은 애국시민으로서 좌파 척결에 목숨을 걸면서 부정선거를 캐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관련 책까지 쓰는 1인 기업가(?). 일인기업을 하든지, 일인 활동가를 하던지 무엇을 해도 관계없다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 잃어버릴 때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넷플에 뜬 만화영화에 <자기 브랜딩>에 목적에 따른 답이 있었다. 자기 브랜딩되어 있는 모습은 영웅이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표면적으로 원했던 것은 사람들의 엄청난 인기와 멋에 취해 사는 영웅 놀이였다. 그 어떤 대의적인 이유나 사회적 가치나 진실한 사랑은 없다. 그저 자기 인기 얻으면서 즐기는 것에 몰빵하는 삶이다. 목숨이 9개인데 8개를 쓰고 말았고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에 가서 목숨을 더 얻고 싶을 뿐이다. 소원 빌러 가는 과정에서 진실한 사랑과 우정도 알게 된다. 본질은 거기에 있었다. 결국 목숨 하나여도 본질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마치는 영화. 여기에 답이 있다.

 

<브랜딩>의 과정이 자신의 현장에 깊이 있는 내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닌 그저 인기 얻고, 그것으로 적당히 돈도 벌 수 있고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바로 그만둘 일이다.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하면서 인기도 얻고 돈도 벌 수 있다는 희한한 상상을 하는 모양이다.

 

강의와 집필, 컨설팅과 평가 등을 직업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깊은 내공이 있고 또 따른 사회변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서 계속해서 연구하고 현장을 고민하는 이들이 소수(?) 있다. 이분들 가끔은 멋져 보인다.

 

이와는 달리 전문성은 낮고 현장 경험도 미천한데 오로지 강의하면서 컨설팅하고 돈 되는 일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깊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내용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들에게 컨설팅받고 강의를 들어야 하나? 이상한 네트워크나 개인 관계, 잘 못 알려진 광고 등 여러 요인이 있겠다. 내용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이곳 SNS는 광고의 도구로 활용할 뿐이다.

 

조직 컨설팅한다고 하는데 자기 조직에 직원 한두 명 있으면서 그들조차도 매번 바뀌면서 조직의 비전을 논하는 이가 있다. 그렇다고 리더십이나 조직 운영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문, 책 한 권 없는데도 잘도 이야기한다. 관련 전문 기관에 세미나, 워크숍에 배웠던 몇 가지 과정이나 을 가지고 한약 우리듯이 계속 우려먹는 이들. 선수(?) 눈에만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히 코미디다.

 

가장 중요한 곳은 현장이다. 당사자들과 깊이 있게 관계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치열하게 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는 공간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조직 운영에 있어서 리더십 등 연구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 많은 현장. 특히 청소년, 청년, 학생,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등의 당사자들과의 삶을 나누면서 활동하는 현장에서의 그 깊은 교감 안에서 내공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삶은 감동하고 감사하게 된다.

 

현장에서의 삶의 과정보다는(현장만 매번 힘들다고 표현한다) 대학이나 다른 강의하는 곳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현장보다 무언가 더 멋있어 보인다고 착각하는 이들까지 있는데 웃기는 일이다. 착각도 아주 크게 착각하고 있다. 현장을 위해 존재하는 전공이고 학문인데 그 최전선에서의 활동은 경시하는 이들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렇다면 연구자들은 쉬운 일인가? 연구하고 글 쓰고 강의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깊게 하고자 할 때 얼마나 어렵고 지치는 일인지 아는 이들만 안다.

 

현장도 현장 나름이다. 기관장, 국 부장, 팀장 정도 되면 서류나 보고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면서 엉덩이나 키우면서 가끔 자기 사무실 꽃에 물이나 주는 일이 현장 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도 얼마나 웃기는가? 청소년활동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청소년참여기구나 동아리 등 자치 조직의 일이라고 강조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기관의 핵심 조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조직하기가 가장 어렵기도 하고 조직화에 전문성도 있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런 일은 거의 초임에게 맡긴다. 청소년이 중심이고 주체이면서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실제 청소년과 교감하고 깊게 나누고 조직하고 활동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전문성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활동 뿐인가? 상담에서는 어떤가? 교육계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 의사는 죽을 때까지 환자를 본다. 최전선의 전문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강의하고 가르칠 일이 있다는 것은 몇 가지로 집약된다. 훌륭한 연구를 했거나 많은 공부 안에서 지적 자선이 넘치거나, 자신이 경험한 훌륭한 현장과 사례가 있는지 등 어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강의하고 글을 쓰고 연구하는 일의 중심에 현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곳에서 만난 훌륭한 사람들에 따른 경험이나 실패나 성공, 아픔 등 사회적으로 안내할 만한 그 어떤 가치가 있을 때 내 사랑하는 동료나 선후배 등에게 그 본질적인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때 전달하는 깊이 있는 내용이 글이 되고 사례가 되어 강의 내용의 중심이 된다. 이론과 철학은 그 내용의 바탕이 되어 준다. 그때 나서도 늦지 않는다.

 

대학 교수하다가 현장으로 돌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고, 관료로 지내면서 또는 기관장 붙은 이후 다시 학교 현장이나 기관에서 청소년, 학생들 만나는 이들을 본적이 거의 없다. 청소년기관에서 청소년 만나는 날이 불과 몇 년이나 되는지도 고민이다. 가장 전문적이고 경력이 많으며 우수한 이들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들이 현장에 청소년 등 관련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일들을 해야 한다.

 

청년 한 명과 상담하다가 알았다. 지도교수가 현장 나가는 것을 극구 말렸다고 했다. 행정이나 공사 취업하는 게 더 큰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현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제자 잘 되라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현장을 다른 일보다도 한참 아래로 보는 것과 같은 좋지 않은 감정도 느꼈다.

 

스타트렉 영화에서 임무를 잘 수행한 커크 선장에게 상관이 당신 재독으로 승진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커크는 자신은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면서 재독으로의 승진을 거부한다. 우주에서 모험하면서 개척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이들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매번 위험이 도사리는 일이지만 그 일의 본질은 그곳에 있다. 우리말로 행정업무 하면서 고액 연봉 받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부분이 왜 이렇게 멋져 보였는지 모른다.

 

선장은 바다에 배를 타고 있어야 가장 멋진 모습이다. 이 바닥에 우리 모두 현장에 당사자들과 함께하면서 서로 간 삶을 나누며 긍정적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그 공간이 바탕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