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은 입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발바닥으로 한다. 발바닥은 몸뚱어리 전체를 지탱해 주면서도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그 움직임으로 몸 전체가 이동하면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움직임에 따라 세상은 변해 간다. 운동이다.
지식과 이론, 역사, 철학 등이 활동 기준으로서 중심을 잡고, 부지런히 발로 움직여서 만난 현장의 부딪침과 관계에서 만들어진 가치는 또 다른 이상을 붙든다.
‘활동’은 ‘운동’으로서의 움직임이다. 과정 자체가 변화다. 나를 받치고 있는 가장 힘겨운 누군가를 인지하는 것이며 그 떠받치는 힘으로 움직이면서 세상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활동’인 것이다.
추운 겨울이었다. 문 목사님은 공주교도소 독방에서 손수건만 한 겨울 햇볕을 쬐다가 눈이 문득 자기 발바닥에 머물렀다. 그 순간을 “겨울이 되면 햇빛이 얼마나 고운 것인지 밖에서는 상상도 못 할 것입니다.... 발바닥을 문지르다가 하루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라고 하셨다. 발바닥에서 묵묵히 땅을 딛고서 온몸을 지탱하는 민중의 낯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며, 교도소에서의 이 짧은 순간을 뒤에 ‘히브리 민중사’ 서문에 기록해 놓으셨다. 문익환 목사님의 발바닥은 민중이었다.
나에게 발바닥은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소중한 존재 중 하나다. 내일도 모래도 그 발바닥으로 이어진 활동이 삶의 대부분이 될 것임을 안다. 특별히 뛰어나서도 무엇을 잘해서도 아니다. 그저 모든 이들이 자기 직장에서 자기 일을 하듯이 나 또한 행하는 활동으로서 삶일 뿐이다. 터벅터벅 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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