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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가슴에 치명상> 결혼식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24.

 

결혼식에서 상을 받았다. <가슴에 치명상>

 

상을 몇 번 받아 봤지만, 결혼식에서 하객으로 참여해서 받은 상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오늘 결혼하는 두 주인공이 예식 가운데에 각자 알고 있는 지인 중 세명에게 정성스레 준비한 상장과 글, 꽃을 선물해 주었다.

 

 

손유주영 선생님, 야호 학교의 장경수 교장 선생님. 두 분 나이가 40대와 50대다. 그들이 모시고 싶었던 가족과 40여 명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한 2시간의 결혼식 공연에 초대받았다. 축의금도 받지 않았고 초청장도 없었고 주례도 없었다. 온전히 그들이 꾸민 결혼 공연(?)에 하객 모두가 몰입할 수밖에 없는 멋진 행사였다.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들만 하객으로 참여한 것 같았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식장은 천주교 신부님이 운영하는 카페를 대여했는데 이곳에 수익금은 어려운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받았고 남은 음식은 또 바리바리 싸 주셨다. 예식 내내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사랑은 마흔 이후 없다고 선언했던 여자,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을 기다린 남자이 두 분의 결혼은 식의 내용만큼이나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두 분 정말 행복하게 잘 사실 거다.

 

손유 선생님은 오래(?)전 청소년시설 운영할 때 알게 되었고 안산에서 현재 내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인에 쉼터 직원이었다. 알게 된 후 당시 내가 운영하던 청소년시설로 이직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곧 그곳을 떠났다. 떠나면서 만든 <길위의청년학교>에 손유 선생님이 1기 멤버로 합류하며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전주 와이로 이직 후 현재까지 활동하다가 최근 대학원 공부하면서 잠시 휴식을 갖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결혼한다고 했다. 신랑이 누구냐고 물었는데 그분이 나를 안다고 했다. 지난해 야호학교 강의할 때 만났던 교장 선생님. 사람의 인연은 언제나 실타래처럼 역인 기적이 맞다. 심지어 오늘 결혼식에서 야호학교 초기 기획할 때 참여했었는데 그때 담당 공무원까지 만났다. 다시 복귀했다고.

 

장 교장 선생님은 간디학교 교사 출신으로 현재는 전주야호학교 교장 선생님이다. 두 분 모두 삶의 성향이 비슷해 보여 좋았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고, 청소년을 사랑하고, 삶의 풍류를 아는 분들이다.

 

가슴에 치명상. 시상 문구를 집에서 다시 열어 놓고 보는데 결혼식은 사랑스러웠는데 이 상에 글은 울컥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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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덮이는 눈길에서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게
그 사람이 내가 신뢰하는 내가 신뢰하는 선배라는 게 참 든든합니다.
당신을 ‘스승’이라고 하기엔 29살 청년 같은 그 열정을 알고 있고
나에게 ‘친구’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잘 되길 바라는 애정임을 압니다. 

삶을 위한 공부를 계속하겠습니다.
청소년을 만나는 현장에서 존경하는 선배의 일과 삶을 가까이에서
닮아가며 나 또한 좋은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너무나 피곤해 보이지만, 신나게 가슴 뛰는 그 삶을 먼저 살아줘서...
고마운 정건희 소장님께 이 상장을 드립니다. 

2023년 4월 23일 손유주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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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살아야겠다. 삶은 가고 있고 후배들 보면서 내 모습을 계속 다시 투영하게 된다. 그들의 삶이 복이 됐으면 좋겠고 함께 행복했으면 더 좋겠다.

 

오늘 결혼식 사랑에 관한 짧은 보고서가 제목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사랑에 대한 100년 보고서>로 다시 쓰일 때까지 두 분 모두 진심으로 행복 하시라. 축복하러 갔다가 축하 받고 온 느낌인 이 결혼식. 다시 한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