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사와 신부님, 청소년지도사, 현장 활동가 등 외부 강의가 몇 가지 있었다.
모 지역 교육청
에서 교사들 대상으로 강의했다. 2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질문도 좋았고 몰입도 높은 선생님들이어서 강의 내내 흥겨웠다. 교육청 담당자분이 내가 쓴 <삶의 바다로 모험을 떠날 용기>를 연수비용으로 교사들에게 선물해 주셨고 강의 이후 사인을 요청하는 분들까지 계셨다. 준비가 잘 된 연수였다.
또 모(?) 지역 교육청에서도 교사들 대상으로 강의했다. 이분들은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강의 마치니 담당 장학사는 교육청과 지자체와 연계해서 청소년 관련해서 사업 준비하면서 나를 초청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으로는 교사 연수가 처음이어서 공문도 여러 번 보내고 준비하는데 쉽지 않았다면서 괜히 미안해하셨다.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한 시간 지나면서 교사들 얼굴도 밝아졌고 자기 고민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강의를 잘하고 못 하고는 강사의 역량이 기본이다. 어떠한 자리여도 수강하는 사람들의 상황에 맞추어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다만 그러한 연구와 강의 역량만으로 최고의 강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 있다.
앞에 교육청에 교사대상 강의에서 전자에 나를 초대했던 담당 선생님은 10년도 넘게 알고 있는 분으로 기관 후원까지 자청하는 분이다. 이미 다른 교육청에 계실 때부터 연수도 계속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 내외에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신뢰하는 분이다. 이미 이분이 연수 준비하면서 교사들에게 어떻게 안내했을지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후자에 장학사님은 다른 지역 교육청 관계자에게 나를 추천을 받았다고 하셨다.
오래전이다. 중학교에 전교생 대상으로 진로와 관련해서 강의했을 때. 1학년에서 3학년 전체 천여 명 되는 학생들이 강당에 빼곡히 앉아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인사말을 하고 강사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소란스러워졌다. 그러자 학생부장 선생님이 나가셔서 호통을 치시면서 머리를 숙여라, 들어라 하시고는 조용히 시키고 나를 소개했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성격상 또 열변을 토하면서 어떻게든 집중시키려고 정말 쌩 쇼를 다 해야 했다. 특히 천여 명 되는 학생들이 모두 나를 집중하기를 원했다. 개중에 허리 숙이며 고개 숙이는 학생들 보면 또 소리 높이고 집중시키려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중간에 선생님들이 오며 가면서 체육과 바닥에 허리 구부리고 있는 학생들은 집중시키려고 했다. 마치고 나니 교사들은 좋았다고 했지만 조금 피곤했다. 대다수가 집중했지만 몰입하지 않은 소수의 학생이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것은 극소수 집중하지 않고 해찰하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너무 썼다는 것.
강의 몰입의 핵심은 신뢰와 믿음이 기본이다.
강의하면서 최근에 가장 감명받는 곳이 있다. 바로 운영하는 <달그락달그락>의 청소년 대상으로 할 때다. 이와 함께 매주 목요일 밤이면 만나는 청년들이 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는 2, 30대 <길위의청년학교>에 이번 6기 청년들이다. 청소년과 달그락의 선생님, 길청의 청년들은 깊이 교감하며 나를 신뢰한다. 길청은 대학원 형태로 발표하고 속 이야기 나누고 강의를 하는 패턴으로 매번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초집중이다. 신뢰가 기반이다.
극단적 신뢰는 사이비 교주를 살피면 된다. 사이비 교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미친 소리 같기도 하고 너무 저급하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성도에게 팬티 내려라, 올려라까지 말할 수 있는 이들, 성폭행을 천국 가는 티켓으로까지 여긴다. 그 입 좀 닥치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 앞에서 듣는 이들은 아멘 하면서 눈물 글썽이며 깊이 빠져 있다. 사이비 목사의 말이 자신을 천당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집 팔고 처자식, 남편 모두 버리고 교주를 따라가는 이유는 맹목적인 믿음과 신뢰에 있다.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이비 교주처럼 가짜 신 행세하면서 병 치료하는 퍼포먼스 하고, 내 말 들으면 무조건 천국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현혹할까? 가스라이팅, 종교중독 등 이를 설명하는 최악의 전문용어들이 많다. 최악이다. 이것은 신뢰와 믿음이라기보다는 착취이며 폭력이다.
신뢰는 사람을 살리는 데에서 시작된다. 사랑하고 존중하며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결국 존재하는 태도와 행위에서 나온다. 강의뿐만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환자가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을 때 진료행위가 잘 이루어지기 어렵다. 신뢰를 주고 맡고 서로 간에 믿음이 쌓이는 과정은 어쩌면 인간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몇 가지 정리가 된다. 강의나 교육, 상담 그 어떤 일도 신뢰를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일대 다수를 만날 때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가능한 자신을 신뢰하고 집중하려는 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 단 그 바탕에는 강의 든 그 무엇이든 간에 핵심 역량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타자를 대할 때 누군가 나와 관계할 때 신뢰, 사랑, 믿음은 결국 태도와 행위에서 나온다는 것을 꼭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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