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zoom)으로 길청 입학 설명회 했다. 관심 있는 청년들 열 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청소년시설, 교육협동조합, 학교, 재단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며 활동 중인 선생님들이다.
매주 열리는 연구회와 격월로 진행되는 세미나, 일 년에 2회 정도 하는 배움 여행 등과 선택과목으로 국제개발, 모금 등 몇 가지 활동도 안내하며 선생님들과 대화했다.
길위의청년학교는 매년 새롭고 좋은 동료들과 깊게 연대하며 삶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청소년과 사회, 참여, 진로 등 다양한 영역에 공부도 한다. 뜻이 있으면 달그락과 같은 청소년 공간을 만들어 독립하도록 지원한다.
달그락과 함께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 나와 우리의 존재 이유다. 공부하며 현장에서 삶을 잘 살아 내도록 함께 나누고 돕는 일. 특히 청소년, 청년과 함께하는 활동은 ‘그냥’ 해야 할 존재의 이유와 같다. 나도 우리도 청소년, 청년도 삶을 복되게 살아가는 과정이다.
어제 회의 마치고 늦은 식사 후 잠이 안 왔다. 주문한 책이 와서 펼쳤다가 날을 새고 말았다. <줬으면 그만이지> 기자가 쓴 글이어서인지 신파(?)가 없다. 대부분 문서와 취재 등 근거를 통해서 쓰여져서 군더더기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읽다가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실은 눈물이 났다.
김장하 선생님. 평생을 남성당한약방을 지키면서 번 큰돈을 아낌없이 사회에 나누면서 그 어디에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분.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정말 많은 분이 내 앞을 지나간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
박노정 시인, 강춘득 선생님, 문형배 판사 등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계속해서 연결되어 나온다.
100억 원이 넘는 사재를 들여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한 뒤 무상으로 국가에 헌납했다. 명신고를 국가에 기증하며 ”공공의 것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립화요. 그것이 국가 헌납“이다. “개인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제가 계속 이 학교를 움켜쥐고, 지원을 나름대로 해 나간다 하더라도 저의 생전이나 또는 사후에 저와 또는 저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씀했던 분.
사립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부패와 비리가 쏟아져 나오는지 우리는 안다. 그런데 이분이 하신 일은….
그리고 모든 교사와 교직원들 고용승계 한 후 딱 한 명은 사표를 내도록 했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동생인 김기하 서무과장. 이분의 나이 45세였다고 한다.
수많은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청년, 대학생, 학생운동 했던 이들까지 이분의 도움을 안 받은 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활동을 하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못 하게 했던 분. 서슬 퍼런 독재의 때에도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셨다.
대부분의 활동은 활동가 지원을 위해서 전면이 아닌 옆에서 혹은 뒤에서 묵묵히 감당하며 삶을 살아 내셨던 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지난해 문을 닫기 전까지 평생을 한약방 시간을 지키며 약을 지어 사람들과 나누었던 분.
길청 입학 설명회 하다가 어제 읽은 책에 김 선생님이 계속 아른거렸다. 한 번도 뵙지 않은 어른인데 우리 옆 동네에 사는 분 같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달그락이나 길청에도 나와 같은 전업 활동가나 연구자가 아니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나누는 분들이 있다. 사회가 조금 더 좋아지기를, 청소년, 청년이 더 잘 살고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다.
이분들이 그렇게 조용히 함께 동역하면서 활동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인 듯싶다. 가슴 안의 그 따뜻하고 정겨운 선한 마음과 정의, 사랑을 실천하는 인간다운 삶을 그렇게 살아 내며 함께 하는 내 사랑하는 이들.
너무나도 짧은 우리네 인생에서 해야 나누고 함께 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 만난 길청 설명회에 참여한 청년들, 앞으로 입학 원서를 낼지 안 낼지는 모르지만, 함께 하는 순간 또 다른 삶의 문을 열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의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심을 붙들고 가야 할 그 어떤 존재 이유가 있다. 함께 동역하는 분들의 이유와 같은 나의 이유. 이 때문에 이렇게 산다. 그저 감사다. 또 가슴이 뜨거워지려고 해. 이번 해 더 열심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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