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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길위의청년학교

내가 나를 쓰는 글을 쓰는 이유, 자서전 쓰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2. 12. 12.

살던 곳을 떠나 소중한 것을 얻고자 삶에 방황하면서 깨닫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이 떠나온 그곳, 바로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일은 항상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역설이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서 소중한 것을 떠나며 방황한다. 신화를 비롯한 소설 등 수천 년간의 인간사에 그려진 이야기.

 

길위의청년학교 글쓰기 세미나

 

박총 원장님 모시고 길위의청년학교 글쓰기 세미나 했다. 첫 번째 시간 신화 등을 통해서 우리가 갖고자 하는 그 소중함의 진실을 안내해 준다. 엘리엇의 시까지.

 

탐험을 멈추지 말라.

우리의 모든 탐험이 끝나면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와

처음으로 그곳을 보게 되리라.

_T. S. Eliot, The Collected Poems, 1909-1962. London: Faber, 1963, 197.

 

길위의청년학교에는 여러 교수님이 계신다. 부탁드리고 임명한 각 영역의 전문가분들이다. 그중 글쓰기 교수님은 박총 원장님이다. <욕쟁이 예수>부터 <읽기의 말들> 등 좋은 책을 쓰신 작가이자 목사님이다. 꽃을 사랑하는 분.

 

이번 해 글쓰기 세미나는 내가 나를 쓰는 글, 회고록 혹은 자서전 쓰기를 권함이라는 주제로 그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왜 회고록을 쓰는가?

 

첫째, “기억된 기록이자 미래의 꿈이다라면서 전태일은 기록의 사람이었다라고 안내했다.

 

조영래 변호사께서 전태일 평전. 전태일은 무학력자에 너무 평범하고 가난한 재단사였다. 가난해서 전국을 방랑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눈에 띄지도 않는 사람일 수 있었다. 그런 전태일은 꾸준히 자기 삶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조 변호사님이 사회에 꺼내 준 것.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도 기록해 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읽게 되는 누군가의 기록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낸다.

 

제가 알린스키(현대적인 지역사회 조직화의 창시자) 이론에서 배웠던 게,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한다예요.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해요. 선생님들(노숙인들)이 주체가 될 때 진정한 힘이 생겨요. 내가 아무리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도 선생님들이 그걸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래 위에 세워진 거고요. 선생님들 안에서 자발성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한 걸음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있어 주는 게 제가 가져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귀 기울여 듣고, 옆에 서고, 친구로서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_김건호, 약함의 학교, 노느매기 서포터즈, 2019.

 

어제 강의와 함께 이 글 읽으면서 내년도 청소년과 부모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활동을 구상해 봤다. 누구나 주체가 될 때 진정한 힘이 생긴다. 어떠한 활동이나 공부도 자기 것으로 생각해야 바로 서고 힘이 생긴다. 그 힘을 만드는 일은 누군가를 통한 임파워와 동기부여도 있지만 강력한 수단으로서 이 있다는 것을 안다. 10대의 삶과 내밀한 고민을 자신과 가족이 함께 글로 써 보는 과정은 어떨까? 청소년 삶의 기록.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청소년, 청년들의 삶이 있다. “길 떠난 한 마리 양 프로젝트? 뭐 이런 제목도 생각해 봤다. 우리 주변의 너무나 평범하지만 온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청소년, 청년 그들의 생애사, ”청소년+부모+글 도움이가 함께 묶여서 회고록을 쓰는 일 년의 과정 등 별생각 다하게 됐다.

 

둘째, ”진솔한 삶의 고백만큼 우리를 교감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라고 했다.

 

내 이야기를 내가 아는 사람들한테 읽히고 내 인생을 이해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라는 설명. 그렇다.

 

특히 세 번째, “자기 고백적 글은 자기 수용성(self acceptability)을 높여준다라는 이 말이 좋았다. 내가 나와 화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회고록을 써 보는 것이다.

 

가장 성공한 사람 혹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빛과 어두움, 장점과 단점, 능력과 무능, 강함과 약함을 과장하지도 폄하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더 가지려고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부자는 더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더 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_한기봉, “자서전(2)-연대기가 아니다, 어느 순간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방법. 회고록, 글이다. 영성이 높은 사람들의 수준이 자기 수용성이 높은 사람들 같다고 안내해 주셨다. 더 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이 부자다. 나는 아직 부자 되기는 글렀다. 기관 운영에서도, 사회 활동에 있어서 청소년 운동적 측면에서도 필요한 게 너무 많아서다.

 

회고록을 쓰는 방법으로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소중하다.”라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진솔하게 쓰라”, “자신의 관점을 찾아보라고 했다.

 

여기에서 멋진 표현을 봤다. “기분 좋은 수치심을 만났다는 이 표현 너무 멋져 보여. 원장님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자 중 한 분이 졸업사로 한 문구다.

 

“(삼다에 들어와서) 제 글을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나누는 경험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쓰는 내내 솔직하려고 애썼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입니다만, 벗으면 벗을수록 글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에 기분 좋은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많은 껍데기를 벗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수용해주는 여러분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참 감사합니다.”

_삼다 7기 저녁반 글벗님 졸업사중에서

 

투명할 수 있으려면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속한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개인의 상처나 아픔, 수치와 공포를 드러내지 못한다.

_프레드릭 뷰크너

 

그렇지. 어떤 글이든 솔직해야 한다. 자서전이 솔직하지 못하면 오바이트가 나와. 이남희 님의 역겨움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이 크다.

 

솔직하지 못한 자서전은, 흔히 완벽한 인격자인 체 꾸미고 다니는 인간에게서 우리가 역겨움을 느끼게 되듯 어쩐지 공감할 수 없게 마련입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글은 얼마나 자신감이 없기에 저렇게 안달일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불러일으킵니다.

_이남희, 자기 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특강

 

기분 좋은 수치심을 느끼는 글, 수치심도 꺼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인생 길벗으로서 드리는 말씀에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며,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만끽하는 것.

 

인생은 결코 완전히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에 맞게 조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그저 크고 작은 즐거움이 주어질 때 그것을 즐길 따름이다. 즐길 수 없을 때는, 버텨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_앨런 데이비스, 하나님의 진심

 

우리 삶을 끊임없이 존버해야 한다고 가르쳐. 그렇지 졸라 버티는 게 맞아. 하지만 버틸 수 있는 만큼의 힘이 있을 때 버텨야 하지,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또 그러고 있지.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것, 고통받는 만큼 깊어진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다만 그 아픔 또한 내가 견딜 만큼 품어야 하지 그렇지 못할 때 병이 오고 말아.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부러질 정도로, 몸도 마음도 병이 올 정도로는 하면 안 된다는 것.

 

그래. 작은 즐거움이라도 있다면 그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는 일이다. 바로 즐겨야 한다는 것. 먼 길을 가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즐기면서 존버해야 해야 한다.

 

존버는 견딜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