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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마을과 관계

야비한 사람을 만났을 때

by 달그락달그락 2022. 12. 1.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 그냥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뿐이다.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 쇼펜하우어의 글이라고 로보트 그린이 쓴 인간본성의 법칙이라는 책 광고에서 소개된 이 문장. 눈에 띈다.

 

어이없는 일을 당할 때 광물 같은 사람을 만난 거구나. 그렇지. 나와 다른 또 다른 사람이지. 문제는 우리가 모두 광물학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광물이 무조건 타자가 아닌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기억해야겠다. 어찌 됐건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한다.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할 것인지, 위선적이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해야 할지, 보고 싶지 않으니 차단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기타 여러 방법이 있겠다만 사례에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선에서 관계하는 것을 지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더라.

 

 

나는 가능한 솔직한 게 답이라고 믿었다. 특이한 광물을 만났을 때 될 수 있으면 솔직하게 특이한 점을 이야기하고 내 속 마음도 나누려고 한다. 진정성 있는 마음 안에 이야기를 전하면 대부분의 갈등이 해결된다고 믿고 살고 있다. 어떤 이는 그것까지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도 여긴다.

 

인간은 대부분 엄마 자궁에서 나오면서 부모를 만나고 커가면서 인간관계는 확대된다. 그러다가 늙으면서 인간관계는 작아지고 죽음을 맞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모두가 끊긴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요즘 이어령 선생님 돌아 가시기 전 인터뷰집 읽고 있는데 그 안에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다.

 

그 언제일지 모르는 우리의 죽음, 그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 짧은 생의 한 가운데에서 최소한 사람을 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나와 함께,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다. 죽음 이후 남는 게 전혀 없음에도 왜 이렇게 바둥거리면서 이상한 광물 흉내를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그 관계에도 생각이 많아지는 때다. 나또한 타자에게 어떤 광물인지 내 안을 살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 수준의 기준만 가지고 살아도 존경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치장하고 포장하는 말을 많이 하는 이가 있지만 말이 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 공허한 메아리만 남는다. 대부분 포장지 안에 집중할 뿐 표피적인 언변에 누구도 감동하지 않는다. 가장 큰 아픔은 그러한 말을 하는 당사자일 수도 있겠다. 가끔은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누구나 타자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여기는지 안다. 몇 마디 말로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가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몸과 마음으로 읽는다.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풍성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만나는 모든 이들을 그대로 존중해 주고 진정성 가진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그 밖에 우리 삶에 무엇이 필요할까 싶다. 쓰다 보니 꼰대가 끄적이는 윤리 책 같은 글이 되어 버리고 있다. 나도 나이를 먹는가 봐. 겨울이다.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64316

 

아침발걸음야비한사람을만났을때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 그냥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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