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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마을과 교육, 청소년활동의 본질은 무엇일까?

by 달그락달그락 2022. 11. 13.

일요일 오후 좋은 분들 만났다. 뿌듯함. 그런 날이다. 세종에 선생님들을 만났고 이후, 광주에 청소년지도사 분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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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에 세종의 학교 선생님들이 오셨다. 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청소년의 삶과 지역사회에 대한 이야기, 달그락 구성과 이웃들과 함께 지역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설명해 드렸다. 마을 교육공동체와 혁신 교육의 본질 등 꽤 깊은 이야기 나누게 됐다. 참여한 분들이 세종에 마을교육연구소를 준비하는 분들이다. 몇 분은 지난 몇 년간 마을 중심의 혁신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분들 같았다. 남다른 열정과 고민을 가지고 계셨다.

 

최근 천 원짜리 변호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시청을 안 했으니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다만 변호사 수임료가 천 원일 경우 그 일에서 남는 것은 무얼까? 결국 본질만 남을 거다. 변호사로서 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에 집중하는 그 무엇이 전부일 듯. 우리네 일도 마찬가지다. 돈을 빼고 남는 게 무엇인지 직면하면 결국 그 일의 본질이 보인다. 지역과 교육, 당사자인 청소년 청년의 그 본질적인 삶에 대해서 함께 하려는 분들. 좋았다.

 

10여 년 내외 교육과 청소년 영역에 마을, 혁신, 네트워크, 성장, 공동체 등의 키워드 중심으로 많은 사업이 만들어졌고 상당한 변화를 일구어 가고 있음을 안다. 다만 추구하는 그 최상위 가치가 무엇인지와 사업비 즉 돈이 빠지거나 정치권력이 바뀌었을 때 어떠한 일이 있을지 생각해 보면 고민이 생긴다. 이미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혁신교육 등 관련 사업의 예산은 더 증가해야 하고, 그 사업비에 한 부분은 자발적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곳에 집중해야 옳다. 마을 강사와 여러 기관단체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추구하는 본질이 마을공동체라면 형식을 넘어 또 다른 차원에 공동체에 접근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우선이 아니다. 되도록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강화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학생 자치를 내세우고 꽤 많은 곳에서 자치배움터, 자치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추구하는 근본은 결국 자치. 학생자치 또는 청소년자치에 집중해야 옳다. 모든 사업이 그리 갈 수는 없어도 지향은 청소년들이 참여하며 만들어지는 자치성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 강사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은 자치가 아닌 그저 포멀한 교육일 뿐이다. 이런 사업은 전문 학원이 더 잘한다.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하면서 자치를 이야기할 때 활동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을의 공동체와 교육, 청소년활동에 본질은 무엇인가?

돈과 사업이 없어지거나 정치권력이 바뀌었을 때 그 공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돈과 프로그램 이후에 실적으로 남는 나머지가 실제 결과일까?

 

공동체라면 삶으로서의 관계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내 시간과 돈을 내서라도 해야 할 활동이 근본이다. 인간관계를 깊게 하는 곳에 집중해야 지속가능한 변화를 일구어낸다. 세종의 선생님들이 미리 보내 주신 질문에 내가 최근 고민하는 내용이 묻어 있어서 좋았다. 지역에서 청소년,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분들이 추진하고 있는 마을교육연구소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지금, 이 순간 사람다운 삶을 살아 내기 위해서 청소년과 지역사회는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그 바탕을 만들어 내는 큰 그림과 지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세종에 선생님들 돌아가시고 바로 광주에 모 청소년센터에 청소년지도사 샘들이 오셨다. 벌써 10여 년 된 것 같은데 길위의청년학교 초기 멤버로 잠시 참여했던 친구가 서울에서 살다가 결혼도 하고 광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 친구 통해서 센터 전 직원 연수를 온 것. 초임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 쏟아 냈다.

 

결국은 우리가 이 자리에 존재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존재하고 청소년지도사로서 잘 살아 내는 그 과정, 어렵지만 그럼에도 붙잡아야 할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이 무엇인가?

 

바로 청소년이다. 그들의 삶 안에서 내 존재의 위치가 만들어진다.

 

어떠한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이 있을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 내는 이유가 있다. 어려워도 청소년의 삶에 복된 과정을 만나면서 가끔은 가슴 벅찬 감동도 느끼고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다.

 

시간 보니 밤이다.

 

그 어디에서나 이상을 꿈꾸고 자기 철학을 가지고 현장에서 그 일을 실천하려는 분들을 보면 그 무엇이라도 퍼주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가진 게 적어서 한이다. 이분들이 꿈꾸는 청소년의 삶, 지역사회, 활동과 교육 그 모든 것이 잘 되기를 기원할 뿐.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선물도 좋았다.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쓴 "혁신고 가도 될까?"와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