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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국민의 안전

by 달그락달그락 2022. 10. 30.

 

스마트폰 보던 큰아이가 갑자기 울어서 놀랐다. SNS 보다가 이태원에서 사고로 죽은 사람들 사진과 이야기를 읽다가 슬퍼서 감정을 주체를 못 했다고.

 

막내는 카톡 하다가 얼굴이 굳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학생회장이다. 내일 할로윈 행사를 학교에서 하기로 하고 며칠간 임원들과 열심히 준비한 모양이다. 이태원 사고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아이에게 내일 행사 취소됐다고 전했고 준비팀 단톡방에 안내했다.

 

그러자 몇 명 친구들이 그 사람들 놀다가 죽은 거랑 무슨 관계냐며 욕을 하고 준비 열심히 한 임원들을 비난한다고 했다. 중간에서 몇 명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수습하느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점심까지 계속 웃던 아이가 갑자기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잠시 후 큰 아이가 진정하고 묻는다. 친구들이 이 모든 일이 윤 대통령 때문이라며 계속 욕하는데 왜 대통령 문제냐며 자신이 뭐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대통령 잘못이 아니고 그분들이 사고당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무한 책임이 있다고 안내해 줬다. 이태원에 누구나 놀러 갈 수도 있고 즐길 권리도 있다. 그들의 안전을 보호해 주어야 할 사람들은 정부와 경찰, 공무원들인데 이번 사고는 이전과 다르게 그런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그래서 윤 대통령이나 담당자들이 사람들에게 비판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늘 교회에서 코로나 이후 첫 야외 행사가 있었다. 대예배 후 오전에 강천사로 모든 교인이 함께 떠났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이태원 참사에 관한 기사를 계속 검색하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두 아이와 연결된 이태원의 할로윈이 기사 댓글과 거의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었다.

 

종교계 특히 기독교인들도 비슷해 보인다. 개신교인 대부분 추모하며 젊은이들 죽음에 애통해하며 슬퍼하는데 개독(?)’이라는 신흥 종교에 극소수 인간들은 역시나 신의 심판이라고 비판하는 이들 있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이전 박근혜 정부의 해경과 청와대가 떠올랐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정말 ×새끼다. 손가락 더럽히고 싶지 않아 욕설은 참겠다만 이런 자들이 나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이라 게 수치스러웠다.

 

2013년 태안 사설해병대 캠프 참사 사건 이후 유가족 대표분 만나고 청소년활동에 대한 안전 정책을 잘 해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세월호 참사를 만났었다. 이전 그때의 트라우마까지 떠 올라.

 

당시 네트워크 만들고 안전 정책 토론하고 발표하고 정부정책 엉망이어서 비판하고 국회 오며 가며 활동했던 그 수 많은 일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이전에 비해 정책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의 안전 수준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정책을 입안하고 지역과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이 바뀌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다. 아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