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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사

사회 안전의 기본인 정치

by 달그락달그락 2022. 11. 12.

스마트폰 보던 중학생 아이가 갑자기 울어서 놀랐다. SNS 보다가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읽다가 슬퍼서 감정을 주체를 못 했다고. 막내는 카톡 하다가 얼굴이 굳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학생회장이다. 헬로윈 행사를 학교에서 하기로 하고 며칠간 임원들과 열심히 준비한 모양이다.

 

1029참사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아이에게 행사 취소됐다고 전했고 준비팀 단톡방에 안내했다. 그러자 몇 명 친구들이 그 사람들 놀다가 죽은 거랑 무슨 관계냐며 욕을 하고 준비 열심히 한 임원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몇 명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수습하느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점심까지 계속 웃던 아이가 갑자기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이태원역 추모공간

 

잠시 후 큰 아이가 진정하고 묻는다. 친구들이 이 모든 일이 윤 대통령과 장관 때문이라며 계속 욕하는데 왜 대통령 문제냐며 자신이 뭐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대통령 잘못이 아니고 그분들이 사고당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무한 책임이 있다고 안내해 줬다. 이태원에 누구나 놀러 갈 수도 있고 즐길 권리도 있다. 그들의 안전을 보호해 주어야 할 사람들은 정부와 경찰, 소방서와 관련 공무원들이고 그 최고 수장이 대통령인데 이번 사고는 이전과 다르게 그런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3년 태안 사설해병대 캠프 참사 사건 이후 유가족 대표분 만나고 청소년활동에 대한 안전 정책을 잘 해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세월호 참사를 만났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가슴 한쪽에 남아 있다. 이전에 네트워크 만들고 안전 정책 토론하고 발표하고 정부정책 비판하고 국회 오며 가며 활동했던 그 수 많은 기억이 한번에 되살아 났다. 이전에 비해 정책도 많이 바뀌었고 안전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정책을 입안하고 지역과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이 바뀌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정치가 중요한 이유다.

 

안전에 핵심은 개인의 자율적인 참여에 있다. 이 세상에 그 무엇도 100% 안전한 공간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앉아 있는 그 어떤 공간이 무너지거나 천장에 붙어 있는 전등이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어떤 문제에 직면해도 가장 안전한 그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이 최종적인 나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한다.

 

정치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와 우리의 최후의 결정지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힘은 또 다른 자율적 참여에 있다. 참여는 선택이 요체다. 그 선택이 잘 못 되었을 때 이태원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고통을 만날 수 있다. 정치는 우리 사회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안전의 끈과 같은 존재다.

 

나와 우리 가족, 이웃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 안전을 담보하는 당사자들을 관리 운영하는 주체는 또 다른 정치인들임을 명심하자. 그들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음을 기억하고 또 다른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자율적인 선택지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설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때다. 불안전을 선택하고 재앙을 맞는 것은 결국 우리라는 것.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