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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사

이태원 참사에 시민이 해야 할 일, 애도의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2. 11. 2.

어젯밤 2시 넘어서 문자가 왔어. 잠이 안 와서 책보다가 페북 열었는데 메시지 와서 조금 놀랐다. 열어 보니 청소년기관에서 일하는 한참 후배에게서 자기 많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너도 힘들구나. 나도 요즘 심적으로 좋지 않다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희생자분들 이야기 나누다가 이 친구가 자기 친구 중 한 명이 거기에 있었다고 하면서 고통스러워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뭘 해야 할까?

 

어떤 분들은 SNS에 너무 많은 이들이 아픔을 쏟아 내고 정부와 정치인들 비난 때문에 소란스러워 잠시 접겠다는 분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비판적인 글 쓴다고 뭐가 바뀌면서 애도에 집중하자며 자중하자는 분도 있다. 희생자들을 종교나 자기 신념 가지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를 두둔하는 이들까지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 전에 청소년이 피해자인 참사 한 복판에 있었다. 그중 내가 할 일은 청소년 활동에 안전정책에 나름 노력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뭐가 엄청 바뀌었나?” 묻는다면 정확하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안전정책도 이전보다 조금은 나아졌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특히 청소년안전에 대한 고민도 이전보다는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최소한 CPR 정도의 교육은 하고 있고 청소년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평가 기준 강화되었다. 이런저런 할 말은 많은데 그러한 변화가 나와 같이 설레발 치며 활동했던 사람들 때문에 변화했다고 100% 이야기할 수 없다. 정책이나 제도, 법은 그 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정책 당사자와 수많은 이해관계자 등의 연결 때문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먹고 사는 일도 힘들고 지역에 기관 운영하면서 청소년, 청년과 함께 만들어 가는 활동,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버거운데 꼭 이렇게 해야 하는 자괴감 같은 게 있었다. 달그락이나 길위의청년학교 활동 또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정책과 주요 연구 등 연결된 일도 많다. 지역 현장의 변화와 활동이 전국 정책화되는 일도 중요해서 집중하는 일 중 하나지만, 지방에 촌부 하나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무슨 변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 만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참사를 사고라고 명시해서 내려 보는 정부, 거기에 근조 리본도 못 달게 하고 기괴한 까만색 리본 달라고 명령하고, 애도 기간에는 정쟁을 멈추라며 비판하지 말라고 국민에게 명령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 대통령을 비롯하여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용산 구청장 등 사과 한마디 없다가 야당에 경찰 신고 녹취록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한 번에 모든 이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이 기가 막힌 현상을 보면서 분노가 인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계산과 민심을 반영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애도 기간 속으로 얼마나 많은 셈법을 돌려 봤겠냐만 며칠도 안 되는 이런 상황에서 책임져야 할 그들이 하는 짓을 보고 있자니 힘겹다.

 

참사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아픔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시민들과 현장에 경찰과 소방대원들의 헌신으로 사람을 구해 내려고 최선을 다한 우리의 영웅들이 있었다.

 

책임지는 자들이 자신의 직접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그들이 가진 권력에 의해 국민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이 있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무조건 사과하고 제가 잘못했다.”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최선을 다해서 그 희생자분들의 아픔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해야 했다.

 

국민은 당신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의 잘 못이었다고 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정책도 법도 개선하고 보완하는 일들을 만들어 가면서 깊은 애도와 함께 더 단단하고 강한 국민이 되어 갈 수도 있었다. 너무 아픈 참사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공동체로 살아가야 하기에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자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내 잘못은 아니다. 잘못된 놈 색출해 보겠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뒤에서 정보 파악하고 정부에 해 되는 짓을 미연에 방지하겠다.” 이런 짓들만 눈에 띄어. 세월호 참사 기억나는가? 결국, 이념, 계층, 지역 등 모두 정치 갈등으로 비화하고 급기야 피해자 가족을 공격하는 악마들까지 나오게 했다. 그 모든 짓을 정치인들과 권력자들, 일부 언론이 추동하면서 사회를 분열시켜 버렸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오고 있어.

 

지금도 애도하며 문제를 비판하면 선동질을 멈추라는 이들이 너무 많다. 잘못된 문제를 이야기하면 정부 비판한다고 선동질이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써. 거기에 희생자들을 사망자라는 표현을 하고 참사가 아닌 사고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문 조항까지 만들어 내려 보는 자들이 있다.

 

애도는 정의로워야 한다. 애도는 진실을 밝혀야 하며 희생자들의 억울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지원하는 보상금이나 받고 국민은 조용히 슬퍼만 하며 비판은 정치적 선동이니 입 닫고 있으라고 하는 자들은 애도를 가로막는 이들이다. 심지어 애도 방식까지 근조 리본까지 규정해서 내려보내며 입을 닫으라는 자들은 애도를 못 하게 하는 나쁜 자들이다. 아프니까 잊으라고 하는 자들 또한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짓을 하고도 남을 자들이다.

 

왜 희생자들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왜 잠재적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국민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공직은 무한 책임을 가져야 하는 위치다. “내 책임이다. 사죄한다.”라는 그 한마디, 그러면 국민은 아니다. 우리 모두 책임이다.”라는 말이 나올 것인데 그들은 절대 내 책임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방패막이할 누군가를 찾아내고 악마로 몰고 그렇게 면피하는 일을 반복해. 그렇다면 이 참사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공동체성과 안정에 대한 어떤 변화 된 대안은 나올 수가 없다. 절대로.

 

그래서 너는 뭐할 건데?

 

나는 이런 글이라도 쓰고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이 참사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인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꾸준히 안내하려고 해. 이곳에 글도 가능한 한 꾸준히 안내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런 일 있을 때 가만히 있으라 하는 자들이 있다. 내 사랑하는 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려고 하는데도, 아니 어떤 나쁜 놈이 절벽으로 밀치려 하는데도 가만히 있어야 할까?

 

댓글 하나 다는 것도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보수 언론에서 댓글 하나를 끄집어내서 대서특필했더군. 참사 당시에 옆에서 술 먹고 놀았다는 클럽 이야기의 댓글을 말이지. 또 애먼 국민 중에 이슈 가지고 와서 진실을 물타기 하는 짓을 너무 쉽게 하지. 정부와 관계 당국의 문제를 크게 거론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로 물 타려는 자들도 있어. 그렇게 물들어 가면 사회는 변하지 않아.

 

할 일이 없으면 나쁜 놈에게 욕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잘못된 일들, 문제가 있는 일들에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절대로 바뀌지 않아. 정치는 우리의 삶이고 생명을 담보하는 가장 기반이 되는 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을 선출하고 안내해야 할 일은 우리 시민의 몫인 거다.

 

최근 신문 보는 게 괴로웠다. 절친인 의사 한 분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며 나에게 책도 보지 말고 신문도 멀리하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SNS에 어느 순간부터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쓰고 있는 언론사 칼럼이나 즐겨 쓰는 블로깅 글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 자치활동, 지역에 시민들과 만들어 가는 마을에서의 활동, 네트워크 등 집중하는 일에만 온전히 관심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었어. 이태원 참사 이후 가슴이 아파서 언론이고 페친 글이고 보는 게 힘들어서 잠시 닫으려다가 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내 좋아하는 노 시인이 그랬어. “힘들어하는 페친들 글을 보며 저는 위로받네요. 나만 아픈 게 아니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든든한지요.” 그래. 아픔을 나누어야 아픔도 줄어들지. 그 연대의 마음이 커져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조금이라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야. 특히 피해자 가족들에게 우리가 함께한다는 그 마음을 전하는 귀한 활동인 거야.

 

새벽에 메시지 주고받았던 후배에게 한마디 해 주고 싶어. 희생당한 너의 친구와 피해자분들 위에 깊이 애도하며, 이후 또다시 이런 문제가 없도록 너와 나 우리가 댓글 하나라도 달면 어떨까? 위로, 비판 어떤 것도 좋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하면 어떨까? 친구를 위해서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진정한 애도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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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 ." 지난달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한 상인이 제사상을 차리고 엎드려 통곡했다 . 그를 저지하던 경찰관들도 이내 상인의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PD 수첩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상인분에 대해 평소에도 친절하고 멋있었던 신발가게 사장님이라며 사건 당일 맨발이었던 많은 사람에게 신발까지 나눠주셨다고 전했다 . 이 사진 보다가 눈물이 계속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