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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아빠, 대학 꼭 가야 해요?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30.

아빠, 대학 꼭 가야 해요?” 중학생인 딸 아이가 물었다.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고 말해 줬다. 네가 선택하는 거라고. 다만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일을 할 때 수단으로서 필요하면 대학에 입학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법조인이 되고 싶다면 로스쿨에 가야 하는데, 대학원 입학하려면 학부는 졸업해야 한다. 학교 교사가 되고 싶으면 교대나 사범대에 가야 한다. 이렇게 꼭 대학을 가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고졸이나 검정고시 또는 학력이 거의 없어도 자기 분야에 훌륭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나 배우도 있고 여러 영역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다만 소수다. 아니 극소수다.

 

10여 년 전인가? 삼성에서 고졸 출신까지 포함해서 공채했을 때 처음으로 고졸로 입사한 청년이 있었다. 내 기억이 오락가락한다만 자신이 연구하고 활동하고 싶은 영역이 있는데 현재 환경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삼성을 이용하기 위해서 입사한다는 뉘앙스의 기사였다. 이 청년은 그 분야에서는 이미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 냈었다.

 

무슨 말이냐고? 학벌, 학력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냥 이 청년처럼 자기 역량이 출중하면 그 어디에서도 자기 밥벌이 이상의 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서태지가 서울대 음대 졸업한 게 아니다. 학교를 자퇴했고 정우성도 그랬다. 이 분야 최고다. 문제는 이렇게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청소년, 청년은 극소수이고 이를 뒷받침 하기에는 우리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게 문제다.

 

대학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 깊게 공부하고 네트워크 하여 다양한 부분을 연결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 대학임에는 분명하다. 최소한 그 전공에 공부를 많이 한 교수와 연구진들이 있고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연결되어 있어서다.

 

또 한 가지는 진로에 대한 고려다. 진로는 직업이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 , 우리네 삶이다. 삶을 잘 살아낸다는 것은 단순히 고위직이나 전문직 가려는 직업 선택의 목적에 매달릴 게 아니다. 사회정의가 진로라면 꼭 검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된다.

 

시민사회 운동도 가능하고 인권, 환경 운동 등 행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좋은 스승이 되어 어린이,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면 학교 밖에서의 여러 활동과 교육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에서도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임용고시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대안 교육기관에 입사하면서 공교육에 들어가지 못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학생을 만나는 것은 내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법조인이 안 되어도 교수가 되지 않아도 본질이 같은 일을 한다면 그 이상의 공부와 역량은 갖추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꼭 학위를 받고 엄청난 공부를 한 사람만 이런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연구가 목적이고 교육이 목적이라면 대학교수에 버금가는 학위 가지고 연구하며 강의하면 된다. 학위가 없어도 그만큼의 연구성과를 내면 된다. 글을 쓰고 싶으면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작가 이상 가는 수준의 책을 내면 된다. 민간에 연구소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현장에서 실제 실험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존재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자신의 역량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다. 심지어 블로그 하나만 잘해도 수백만 원 버는 세상이 되었다. 다만 이 또한 소수다.

 

그림은 지난 어버이날 아이가 써 준 편지 표지임다.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여기에 있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사회정의,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학 연구, 환경문제의 해결.”, “그 어떤 게 하고 싶은 거냐고?” 그렇다면 그것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해서 어떤 조직이나 기관에 입사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네 힘만으로 할 수 있을 수준의 역량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많이 자유로워질 거라고.

 

대학이나 기업, 민간법인 등 어떤 조직에 입사하더라고 사회정의와 같은 가치가 있는 것과 단순히 대기업 입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는 우리 아이가 진로에 대한 가치가 있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다만 진로에 있어서 복된 삶,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삶을 꿈꾸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매일 만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만나는 이들을 사랑하면서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역량 있는 아이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직장은 그 안에서 선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