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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드라마처럼 일한다면?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1.

오래전 일이다. 모 지역에 청소년과 관련된 공공기관 종사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강의 중 선생님 한 분이 질문했다. 자신은 좋은 대학 나왔고 학점도 좋았지만, 청소년에 뜻이 있어서 현재의 시설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청소년을 깊게 만나면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활동은 할 수 없었다면서, 종일 어설픈 행정 일에 매달리고 퇴근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퇴근 후에 뭐 하느냐 물었더니 맥주 한두 캔 마시며 넷플릭스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쉬는 날도 대부분 게임 하거나 영화 보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일주에 두세 번이라도 퇴근 후에 원래 하고 싶었던 청소년을 깊이 만나며 함께 하는 일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야근하면서 프로그램도 개발해 보고 지역에 네트워크도 구축하면서 실제 하고 싶은 일을 깊이 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청년은 월급 주는 일도 아닌데 자신이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당황했다. 돈을 받지 않는 시간까지 일하는 것은 오버였다.

 

또 몇 년 전이다. 아는 선생님 한 분이 교감으로 승진되셨다고 했다. 축하해 드렸다. 선생님이 작은 농촌학교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되었는데 매주 토요일이면 시골에 방임된 학생들 모아서 자신의 차에 태워 체험활동을 갔다. 4명 정도밖에 못 태우니 학생들이 조금 늘면 학교에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서 아이들과 활동을 이어갈 때도 있었다. 교사들이 잘 모르는 청소년단체나 지역 활동 시설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다. 프로그램이 있으면 바로 연결했고 아이들 지원을 위해서 휴일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몇 달 전이다. 모 지역에 교육청에 장학사, 교사들이 운영하는 연구소에 연수를 왔었다. 강의하다가 내가 현재 하는 일(교육)을 하면서 월급 받지 않고, 거꾸로 내 돈을 내면서까지 할 수 있는 분 손 한번 들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한 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분도 학교 교사였는데 방과 후에 달그락과 같은 청소년자치 공간을 꿈꾸면서 만들어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돈이 아깝지 않다면서 교육과 자치공간 만드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 수준에 성공의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래저래 살다 보니 한가지는 알게 되었다. “내가 현재 하는 일이 자신의 돈을 내면서까지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답하는 순간 그 사람은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내 돈을 내서라도 해야 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행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월급 받는 일이다. 웃기는 소리라고? 천만에.

 

민주주의 같은 어떤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이가 있다. 어떤 이는 상처 받은 청소년의 삶을 보듬어 주려고, 장애인과 함께하기 위해서, 교육을 위해서, 환자의 생명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돈을 넘어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최소한 돈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매일 보고 산다. 어디냐고 텔레비전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캡쳐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은 퇴근 이후에 그 누구도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일의 연장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검사, 변호사는 서류 뭉치를 집에까지 들고 와서 밤새 들쳐 보기 일쑤다. ‘우영우도 그렇고 비밀의 숲에서도 그랬다. ‘슬의생낭만닥터에 의사들은 며칠을 날을 새면서 환자를 돌보고 수술을 한다. 드라마에 경찰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를 못했다. 매일 잠복하며 범인 잡으러 다닌다.

 

사업가는 또 어떤가?, 작가는? 드라마에 나오는 교사 또한 대부분 퇴근 이후에 학생들 깊이 만나면서 문제까지 해결해 주더라. 이렇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연애를 하고 집안일까지 한다. 정말 드라마 대부분이 그렇다. 드라마에서 드라마처럼 열심을 내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어떤가? 나의 일이 단순 월급 받는 수단을 넘어 내 돈을 써서라도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드라마와 같은 일이 현실에도 이어지지 않을까? 그런 일이 있냐고? 그렇다. 당신이 지금 하는 그 일이 그렇다.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52960 

 

메아리드라마처럼일한다면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오래전 일이다. 모 지역에 청소년과 관련된 공공기관 종사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강의 중 선생님 한 분이 질문했다. 자신은 좋은 대학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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