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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사

나는 어디에 담겨 있을까?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8.

주중에 마쳐야 할 일이 있어서 온종일 노트북 노려보고 있었다. 관련 자료 찾다가 틈틈이 기사도 보고 검색하다가 하고 올라오는 감정들이 너무 잦았다.

 

김순호 경찰국장 '프락치' 논란 의혹에 분노했고, 자신도 경찰대 출신이면서 행안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 무슨 개처럼 수긍하며 동료 후배 내치는 자가 경찰청장 후보 청문회 대상이었다. 사이버 레커로 유명세 떨치며 어떤 이를 자살에 이르게 한 나쁜 짓 때문에 방송에서까지 비난하니 자숙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우영우가 좌파, 페미, 박원순 추앙 드라마라면서 비난하자 메이저라고 주장하는 온갖 신문에서 받아 쓰고 있다.

 

지지율 20% 안에서 오락가락하는 대통령은 휴가 마치고 돌아오셔서 한다는 말이 국민들께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다,”라고 한다. 공부 안 하는 학생에게 공부 좀 하라고 하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준의 이야기를 던지는데도 기자 중 한 명이 갑자기 대통령님 파이팅"이란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하하 고맙습니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답답해서 그만 쓰련다.

 

갑자기 나라가 뭐 이런가? 생각이 욱(?)하고 올라온다.

 

이 뜨거운 날씨에(서울은 비가 쏟아졌다지)도 도로 한 가운데에서 아스팔트 포장하는 분이 있고, 선박 만드는 조선소 한쪽 구석에서 용접하는 분이 계신다. 분노하게 하는 소수의 인간들이 설치면서 언론의 중심을 좌지우지하지만 어쩌면 국민 대다수는 조용히 자신의 맡은 바 일을 정말 죽을힘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회.

 

민주당도 국힘도 요즘 하는 짓 보면 국민의 민생이나 어떤 중요한 정책들 논하는 기사를 보질 못한다. 진보라로 일컫는 어떤 당의 국회의원은 욕이 적힌 티셔츠 입고 사진 찍으면서 캠페인 한다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요즘. 온전히 자신들 밥그릇과 이상한 신념에 싸여 자신만을 위한 싸움으로 목숨 건 사람들 같다.

 

 

당신은 어디에 담겨 있나요?”

 

몇 주 전 동네에서 작은 전시장 앞에서 촬영해 둔 이 사진의 제목을 빤히 보다가 나는 어디에 담겨 있나를 멍하게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 글 모임하고 이후 샤워 후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책상에 꼼짝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 노트북 안에 좌판에 깜빡이는 커서만 노려보고 있다.

지금 보고서 쓰는 이 일이 내 활동 반경에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지만, 재미는 더럽게 없다. 쉬는 날 거실에서 뭘 하는지 잠시 허무했다가도 그래도 해야 할 일임에 다시 허리 펴 보는데 나는 어디에 담겨 있을까?

 

오늘 내가 계속 분노했던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담겨 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 모두가 담겨 있지만, 실제 우리가 모두 같은 곳에 담겨 있는가? 아니면 다른 곳인가?

 

사람을 자살에 이르게 하는 사이버 레커와 기자가 권력자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게 아닌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동료를 밀고하면서 승승장구하는 자도 있을 수 있는 이 모든 일이 예전에는 어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었는데 우리는 매일 신문에서 보고 있다. 요즘은 별 감흥도 없다.

 

액션영화 하면 요즘 나온 카터와 같이 말도 안 되게 사람들 쳐 죽여야 영화와 같아 보일 지경인 사회. 그런 사회에서 그렇게라도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가도 다수의 열심을 내며 삶을 살아 내는 시민들 보면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는 사회.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 내가 사는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