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성당에 왔다. 커피가 떨어져서다. 사무실 주변 9시 전에 커피를 내려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성당은 오래전부터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아침에 조식도 하는 동네 빵집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거의 가지 못한다.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줄 서서 먹어야 할 이유를 모른다. 원래 마을에 있었던 빵집이어서인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이성당 빵은 여전히 훌륭하고 특히 요즘에는 팥빙수, 딸기 아이스크림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너무 많다.
지인들이 군산 놀러 오면 무슨 성지처럼 꼭 들러서 빵을 한 무더기 사 간다. 선물 할 때 마땅한 게 없을 때 이성당 빵 가져가면 대부분 좋아한다.
생각해 보니 가까운 데 있으면 좋은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빵집만 그럴까? 모든 게 그렇다. 가장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 있는데 잘 모른다. 뵈는 게 없어서다. 가까이 있으면 중요한 게 보이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잘 모른다.
새벽에 글 모임 하다가 나태주 시인의 <사랑은 그런 것>이라는 시를 읽었다. 모임 진행하다가 보니 오늘 글 안내할 분이 안 나오셔서 땜빵 해야 했는데 페북 열어서 뉴스피드 열어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글이 이 시였다.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나
때로는 나도 내가
예쁘지 않은데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때로는 나도 내가
좋지 않은데
그만큼 예쁘면 됐지
그만큼 좋으면 됐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조금 예뻐도 많이
예쁘다 여겨주면
많이 예뻐지고
조금 좋아도 많이
좋다고 생각하면
많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겠나.
“조금 예뻐도 많이 예쁘다 여겨주면 많이 예뻐지고, 조금 좋아도 많이 좋다고 생각하면 많이 좋아진다”라는 이 시 구절이 너무 예쁘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좋은 점도 예쁜 점도 잘 안 보이는 모양이다. 가까이 있을 때 더 예뻐해 주고, 더 좋아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 더욱더 좋고 예뻐지겠지.
몸이 허해졌는지 날이 따뜻해서인지 새벽부터 땀이 났다. 그래도 오늘 하루 생각해 보면 기분이 좋다. 일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예뻐하고 좋아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에 더 감사한 날. 그런 날이다.
'일상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른쪽 가르마가 돈을 번다고?, 휴가 첫날 (10) | 2022.08.17 |
---|---|
소비도 생각하며 할 때는 해야 한다고 (6) | 2022.08.16 |
사랑이라고?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기 (4) | 2022.07.30 |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일상에서 중요한 일 먼저하기 (0) | 2022.07.25 |
가장 안전한 사람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