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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우리와 나

by 달그락달그락 2022. 6. 22.

 

우리?’ 나는 이 말이 참으로 좋았다. 속해 있으면 내가 우리라고 표현하는 그 어떤 상징의 하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속한 단체 이름이 언론에 나오거나 역사에서 한 줄이라도 보일라치면 그 모든 일을 내가 한 것처럼 자랑스럽기도 했다. 문제가 있어 비판받을 때는 어딘가 숨고 싶을 때도 있었다. 물론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다른 지역의 조직인데도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우리에 넣어서 생각하곤 했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민족 이런 언어는 자연스러운데 우리만 떼어 놓고 이야기하니 돼지우리, 닭 우리처럼 무슨 동물이 떠 오르기도 한다.

 

나를 상징하고 표상하는 수많은 표징은 대부분 언어로 나타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하이데커의 말이라고 했다. 인간의 사고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차별의 언어를 쓴 장한업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이 맞다. 우리가 인식하고 사고하는 수많은 것들은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발산되고 관계한다.

 

에 집중한다. 내가 한 일, 내가 만난 사람에 대한 나의 인식, 내가 행한 상황에 대한 표상까지 모두가 나로서 시작하고 귀결된다. ‘우리라는 용어에 갇혀 버리는 순간 진영에 빠져버리기도 하고 내가 아닌데 나로 착각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그 어디에서나 그렇다. 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서 어떤 위치에 있을 때 회사가 우리가 되어 버리는 순간 반대로 퇴직 이후에 우리가 없어지는데, 이때 진짜 나를 확인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특히 심하다. 한국인은 우리 것은 본래 좋고 우월한 것이며 우리 속에 사는 는 별로 잘난 게 없어도 우리에 속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당히 잘난 것처럼 여긴다고 지적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박노자가 그랬다.

 

청소년 또한 멤버십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를 강조했는데 자칫하면 타자나 타 단체와 경쟁하는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웃기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어쭙잖은 생색내는 경우가 없어야겠다. 졸업한 학교나 기관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월감에 도취해 있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역량이 아닌데 자신처럼 믿는 이들. 경계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 개인이다. 개개인의 시민성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이다. 우리라는 틀에서 활동할 때도 명확히 나로서 존재해야 한다. 자칫 우리에 갇혀 버리는 순간 자신이 아닌 우리가 자신이 되어 자신이 아니게 된다. 결국 우리를 나왔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이들을 한두 명 본 게 아니다.

 

고위 공무원 은퇴 후 힘들어하는 분들 많이 보아 왔다. 이 바닥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우리에서 활동하더라도 나로서 존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개인주의냐고? 천만에. 개인주의 아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존재하는 관계여야 한다. 우리보다는 개인이 살아서 움직이며 관계를 맺을 때 더욱더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신한다. 공동체 내에서도 개인을 존중하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우리라는 곳에 가두어 버리는 순간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된다. 공동체성이 강한 조직일수록 참여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차이를 인정하는 곳이다.

 

오늘은 새벽에도 공동체 생각 많았는데 마침도 공동체로. 하루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