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본행사에서 제외했다. 식전 행사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부르게 했다. 같은 해 12월 정부는 “5·18을 기리는 공식 기념 노래, ‘5월의 노래’를 제정해 보급하겠다”라고 밝히며 5·18 행사에서 공식 추모곡 노릇을 해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밀어내려고 했다.
2010년 5.18에도 이 노래는 본행사에서 빠졌고(식전공연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부름) 시민들의 반발로 2011년부터는 본 행사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제창하지 않게 한 것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대를 돌아보면 정말 기가 막힐 일들이 많았다. 보수정권의 미친 짓들이 정부의 이름으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위안부 문제부터 국정교과서 등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말로 꺼내기도 부끄러운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원하는 노래 한 곡을 부르는 것을 국가의 힘으로 많이도 힘들게 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극우세력은 불순한 세력의 선동가로 치부한다. 과연 그런가? 아마 그들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노래를 만든 분 중 한 분이 그랬다. “독재의 때에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내 던진 시민들에 대한 사랑의 노래이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의 노래”라고.
5.18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서 글쓰기 모임을 했고 출근해서 몇 분과 대화도 했고 일도 했고 방금까지 네팔 청년들과 모임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자유로웠던 것은 당시에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우리 시민들의 덕이라고 믿는다.
오늘 5.18행사를 찾아봤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등이 제창하면서 손까지 마주 잡고 흔들면서 끝까지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의미를 부여하면 그래도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5.18을 빨갱이 이야기하면서 폄하한 김진태 같은 자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냈느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최소한 이명박근혜 수준은 아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사진처럼 5.18만큼은 하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에 수록”도 꼭 이루시라. 정치, 경제, 남북평화 또한 조금이라도 진보했으면 좋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5월18일이다. 42년이 지났구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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