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칼럼

욕구와 욕망 그리고 탐욕

by 달그락달그락 2022. 5. 13.

 

그 분이 여행 다녀 오신다면서 잠시 집을 떠나셨다. 어제 늦은 밤 막내와 편의점에 가서 이틀 분량의 식량을 구입해 왔다. 먹어야 산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채워야 하지.

 

욕구에 머무는 약자들이 있고 욕망하는 대중이 있다. 욕구(needs)는 결핍이 생긴 상태로 목마름을 느낀다면 생수나 보리차 한잔이면 욕구가 해결된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설악산 암반수에서 채취한 생수를 마셔야 충족감을 느낀다면 욕망(desire)이다.

 

욕망이 온전히 개인의 이익에만 집착하면 탐욕(greed)이 된다. 심지어 윤리적 가치를 경제적 이익의 욕망보다 아래 순위에 놓기도 한다. 윤리와 양심은 사회적 이미지 관리가 필요할 때만 드러낸다.

 

건강하지 못한 욕망, 즉 탐욕에 몰입하면서 때로는 소시오패스(sociopath) 성향을 보인다. 탐욕적인 사람들이 사회와 기업에서 잘나가는 것은 조직구조와 시스템이 이들을 위한 토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성취지향성에 대한 이해가 탐욕과 소시오패스 성향을 성취지향성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새벽에 읽은 최동석 선생님의 성취예측모형에 성취지향성 내 마음대로 요약 중.

 

성취지향성을 다수의 성장과 정의를 위해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철저히 탐욕에 쩔어 개인의 기득권과 이익에만 충실한 소시오패스 성향의 이들이 있다.

 

각료 인선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국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봉사를 하기 위해서 수학책을 출판했다. 논문도 여러 편을 냈다. 전시회도 연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기업을 설득해서 컴퓨터를 후원하게 했고 봉사 단체도 만들었다. 이러한 선행이 미국 신문에 인터뷰 기사로 올라올 정도다. 정말 대단한 청소년이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루어졌고 어떻게 이루어졌느냐는 것. 과연 성취지향성에 근거한 합리적이며 가치 있는 일이었느냐는 것이다. 욕구, 욕망, 탐욕 그 어디쯤일까?

 

국내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수학 교육(과외?)을 하는데 미국말로 출판해야 하고, 이마저도 거의 베낀 책이다. 약탈적 학술(Predatory Journals)라는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에 논문을 기고했다는 이런 기사가 넘친다. 부모님 찬스 어쩌고 하는 전시회나 물품 후원도 말이 많다.

 

이 글에 정치적 수사를 더 할 생각이 없다. 나는 이 청소년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생각해 보면 걱정이 많아진다. 5천만이 넘는 학비가 들어간다는 국내 최고의 국제학교에서 외국 대학에 가기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한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나? 능력 되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 또한 전혀 비판할 생각이 없다.

 

다만 약자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 주변에 어떠한 편법이나 불법도 당연시하면서 성취하고자 하는 일을 얻어내는 일을 10대 청소년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 갈 때, 나중 고위직이라도 오를 때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사람이 욕망을 넘어 탐욕하게 될 때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 시스템이 탐욕 하지 않으면 최고위층에 오르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만 같다. 이들의 스펙 쌓기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부모와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만들어 갈 때 소시오패스가 되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은 아닌지?

 

#10053090project 7일째다. 마치면서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이 선생님이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약자인지적 사회는 내가 꿈꾸는 공간인데 책을 소개해 주면서 같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좋았다. 사람은 말이다. 그 누구도 그 누구를 위해서 대상화하여 이용하는 존재가 아니다.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다. 약자가 존중받고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있는 사회가 인간다운 좋은 사회다.

 

여전히 늦게 잠이 들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새벽 모임은 너무나 좋다. 이후 또 비몽사몽이겠지만 잠들면 바로 잠들게 되었다. 오늘 하루 또 잘살아 봐야지. 욕구는 해결하고 공공에 욕망하며, 탐욕은 멀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