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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문제가 아닌, 이상을 붙잡아야 해!

by 달그락달그락 2022. 7. 16.

오전에 당진에 잠시 다녀왔다. 마을 활동가분들에게 청소년자치와 마을 활동에 대해 강의했다. 페친으로만 알고 있었던 명 센터장님과 인사했고 점심 식사하면서 대화했다. 당진아미행복교육원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지원해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마을교육과 활동에 열심히 하는 기관으로 보인다. 센터장님과 나를 안내하며 대화했던 선생님들도 오프에서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대화가 막힘이 없었고 청소년과 관계된 이야기에 서로가 공감이 컸다.

 

최근 서울의 대형(?)신문사 기자가 인터뷰를 하겠다며 연구소까지 찾아오셔서 2시간여 깊은 이야기 나누었다. 기자분은 기사로 최선을 다해 활동을 안내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댓글이 뭐 이런 듣보잡 활동이 있냐는 듯한 글이 달렸다. 글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랬지. 사회적 통념은 달그락이나 길청에서의 활동이 철저히 비주류였던 것. 가끔 깜빡깜빡한다.

 

청소년은 학생으로 입시의 대상이지 시민이 어떻고 실제 활동으로서 그들을 통해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하며 성장이 어떻고 하는 우리만의 현장 이야기는 사회적 통념에 쌓인 사람들에게는 알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공격 대상의 활동인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위원회 했다. 여름에 위원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달그락마을학교부터 미얀마 청년들 지원하는 삶을 위한 워크숍까지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가운데 최근 지역에 상가가 불이 났고 그 옆에 있던 청소년들이 흡연했다는 이야기가 소문이 되어 돌아가는 과정에서 청소년문제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문제 관점부터 해결 방안, 또 다른 이슈 만들기와 우리 안에 가치와 철학을 붙잡고 우리 활동을 이어 간다는 이야기까지. 이분들과는 대화가 막힘이 없다. 다른 관점도 충분히 이야기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들이다. 물론 우리 안에 청소년을 시민으로 존중하면서 함께 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진영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진영논리에 의해 정치, 사회,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나 또한 어떤 진영에 갇히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나의 진영(?)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하다. 공감이 큰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은 진영이라기보다는 나름의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타자를 공격하지도 않고 누구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회적 통념에 반해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기본이다. 진영논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다.

 

어제 급하게 써서 보낸 신문사 칼럼 주제는 선행학습에 대한 비판 글이었는데 작은 파장이 있었다. 지인 중 학원장과 강사분들이 있다. 학생들 만나면서 진정성 가지고 깊게 만나면서 선생의 역할을 하는 분들이 소수지만 내 주변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분들 중 내 어설픈 글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사교육 전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지만 내 수준 낮은 글빨이 문제다.

 

이번 해 가능한 비판의 글은 쓰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문제를 직면하고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그 문제만을 쫓아가며 비판과 비난을 통한 이슈를 통해 이루는 변화의 한계를 안다. 문제를 직면하지만, 그 문제를 쫓아가기보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집중하면서 청소년과 우리 이웃과의 활동을 통해 또 다른 대안(문제에 대해서)을 현실에 실제화시키는 활동에 집중하려고 했고 그리 가고 있다.

 

 

변화는 삶으로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적을 설정하고 비판을 통한 이슈로서의 활동도 가능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나는 이러한 활동에 많이 지쳤다. 지금 있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름의 이상을 붙잡고 현실에 삶을 살아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우리 안의 대안적 삶을 살면서 해석하고 안내하는 일. 결국 활동은 삶을 가능한 꿈꾸는 데로 살아 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서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된다.

 

이상이 같은 내 사랑하는 동지, 이웃들을 더 많이 만나고 관계망을 만들고 넓히면서 더 가열차게 삶을 살아 내야겠다. 대통령 제외하고 비판은 그만하련다. 금요일이다. 오늘도 장수했다. 5시 조금 넘어 깨서 지금까지 달리고 책상에 앉았더니 이런 글이 끄적여져. 오늘 하루도 만난 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감사만 남는다. 그런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