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계속 걸어야겠다

by 달그락달그락 2022. 2. 12.

엔비헤어 전경

 

머리칼을 잘랐다. 단골 미용실인 엔비헤어 다녀왔다. 박 원장님 머리 손질하는 동안 모금 관련 이야기 하다가 빈곤 포르노에 관해서 설명하게 되었다. 박혜영 원장님은 연구소와 길위의청년학교 후원자다. 수년 전 달그락에서 청소년 진로 강의하면서 알게 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해부터는 앞머리 커트 비용을 모아서 길청의 청년 활동에 지원하시기로 하셨다. 상처가 있는 청소년, 거리 청소년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 청소년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긍정적인 진로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청년활동가를 지원하는 길청이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박 원장님과 같은 귀한 후원자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일이다.

 

미용실 나와서 바로 사무실 들어가려다가 앞에 펼쳐진 은파호수 보다가 산책하기로 했다. 휴일이기도 했고 머리도 조금 아팠다. 엔비헤어는 은파호수공원을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 참 좋다.

 

 

차를 물빛다리 쪽으로 돌려 주차하고 혼자서 산책하는데 6시 넘어가면서 깜깜해졌다. 호수 한 바퀴를 돌다가 멀리 호텔이 보였고 그중 한 곳이 나중에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물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위치의 높이에 작은 점빵 같은 집이라도 하나 있으면 매일 호수 보면서 커피 마시며 책도 보고 멍도 때리고 지인들과 수다도 떨면 좋겠다.

 

 

셀카도 찍었는데 추워서 모자를 썼더니 이 모양이다. 최대한 웃어 보려고 했지만 역시 어색했다. 뭘 해도 어색한 나. 하늘도 보았고 호수 공원 한가운데에 물살도 바라 보았다.

 

은파호수공원은 나에게는 애착이 깊은 공간이다. 지역에서 거의 초기에 청소년문화 행사를 주도 했었고 은파에 무대 없을 때부터 청소년들과 상설 무대 만들어 문화 공연의 장으로 역할 하도록 활동 했었다. 2003년에는 세노야2003이라는 문학을 중심으로 지역축제를 단체 내 위원회 중심으로 만들어 함께 했던 공간. 그때의 시비가 아직도 있다. 평화행진까지 했었는데.

 

주차장 와서 배가 고파 귀가하려다가 지인 톡 받고 통화를 오래 했다. 사람들의 관계는 언제는 신기하고 모호하고 감동하고 갈등한다. 우리네 삶이다. 하루가 또 이렇게 후루룩(?) 간다.

 

나는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순간이 좋다. 거실에 한쪽 구석에 내 책상에서 노트북 보고 있고 내 옆과 뒤에는 두 아이가 각자 자기 공부하고 아이패드 보면서 뭘 열심히 보고 쓰고 있다. 노트북에서 나오는 노래가 김필의 청춘이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갈 땐 가더라도 매번 지금 이 순간이 청춘이길.

 

끄적이다 보니 글이 산으로 간다. 그래 다음 주에는 산을 걸어야겠다. 배가 바다 뿐만 아니라 산까지 가는 것도 멋진 일이다. #후루륵~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