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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마을과 관계

사랑이 없는 진실은 견딜 수 없습니다.

by 달그락달그락 2022. 2. 12.

20대 여성 유튜버(BJ)가 자살했다. 어머니도 이전에 딸의 악성 댓글 보고 충격받아 생을 달리한 여성이다. 계속해서 괴롭히며 자살까지 이르게 한 이들 중 그 중심에 선 또 다른 유튜버가 있다. 사이버레카 수준이라고 하지만 내 보기에 거의 범죄 수준으로 악질적으로 괴롭힌 자다.

 

사건에 관여된 커뮤니티의 많은 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오늘도 고인을 모독하는 이들까지 넘친다. 만약 자기 일일 때에도 이런 반응이 나올까? 내 수준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와 같은 확증편향이 너무 강한 이들이 넘친다. 어떤 이들은 20대 젊은 층이 강하다고 하지만 내 보기에 세대 넘어 우리 모두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몇몇 극우적이고 반인권적인 커뮤니티에서만 이루어지는 이상한 자들의 일들이 아니다. 요즘 사회를 보면 이러한 자들이 우리 정치, 경제를 뒤흔들어 대는 경향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순간 일베나 몇몇 극우성향의 커뮤니티 담론이 정치 담론의 한 곳에 서면서 선거판까지 뒤흔드는 지경이 되었다.

 

선거 기간이다. 도무지 그 후보가 1, 2위를 다투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가진 신념 때문인지 돌이켜 보고 고민해 보아도 그 사람을 그렇게 추앙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모래 있을 대선후보 토론회도 갑자기 방송국이 편향되었다면서 토론하지 말자고 하며 깽판을 치는데 포털의 댓글을 보면 그를 추앙하는 글이 넘친다. 가관이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어쩌면 확신은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지게 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

 

어떠한 선택을 했을 때 당사자가 책임지면 그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그 누군간의 선택에 의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힘겹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생각, 나의 선택의 근거가 어디인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의심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나 또한 괴물이 될 수 있다. 지금 현재 내가 가진 신념이나 진실은 올바른 걸까?

 

사실을 가지고 증거가 될지라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도 안다. “사랑이 없는 진실은 견딜 수 없습니다.” 사실을 넘어 진실일지라도 그 가운데 사랑이 없는 일은 견딜 수 없다면서 힘겨워하면 던지는 교황님의 이 말이 가슴에 가장 크게 박힌다. 그제 늦은 밤에 본 두 교황이라는 영화의 대사다.

 

사실, 진실.. 그 어떤 이상적인 신념이나 이상이 있더라도 인간이기에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내가 왜 그런 신념을 붙잡고 주장을 하는지 내 가슴을 볼 일이다. 아픈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