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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변하지 않는 강의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1. 9. 23.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것들 중 강의 방법이 있다. 요즘은 기초적으로 PPT를 많이 사용하고 몇 년 전까지 한 참 유행했던 프레지도 있고 영상, 전자칠판, 인터넷, 인강 스킬 등 수 많은 내용들이 강의 방법에 사용된다. 그런데 신기한건 강의시장에서 일년에 수십억 수백억..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일타강사들은 주로 칠판과 분필과 교재에 집중한다. PPT를 활용하는 강사들도 간혹 있으나 어디까지 부차적으로 몇 가지 활용하는 정도에서 멈추지 이를 주로 안내하고 설명하지 않는다.

 

강의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현장의 선생님들이나 수강생들이 가장 집중할 때인데 눈을 마주치고 진정성 가지고 그 안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거나 경험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전할 때다. 이론을 전할 때도 내가 가진 가치와 연결하고 왜 중요한지 그 핵심을 설명할 때 공감이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한다.

 

대학이나 대학원 강의 모두 그만 두고 한 곳만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 수가 많이 신청해서 영상강의로 한다. 2년여 간 혼자서 영상 촬영 하면서 깨닫는 것은 PPT 띄우고 설명하는 일이 선생인 나는 쉽지만 학생들은 재미없을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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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학기는 강의 영상 촬영하면서 교재와 필기만으로 강의하고 있다. 나도 재미있어야지 그들도 재미있을 터 나름 전하고자 노력하는데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앞서기도 한다. 손은 두 개인데 공을 서너 개 던 저 주면 반드시 한두 개 잡고 나머지는 버리기 마련이다. 학생 수준에서 받을 수 있는 만큼 전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두 손을 모아서 잘 전달하려는 노력이 강의 과정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또는 중고교에서 선생질 하는 선후배들 보면서,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15년 내외 시간 강사질 했던 내 모습 보면서 선생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다.

 

가르치는 것은 무엇이고 교육은 어디서 하는가?

 

교육의 공간은 학교만이 아니었다. 회사, 단체, 기관 내에서 상관과 부하직원 관계에서도 교육은 살아 있었고, 마을 내에서 이웃들과의 관계에서도 교육은 존재했다. 가정에서의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학교 안의 교육은 우리 삶의 교육 과정에서 아주 일부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 방법이 PPT든 프레지든 중요한 게 아닌 결국 분필 하나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교재의 핵심 내용이 요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에서 나타나는 생활의 모든 부분은 어떤 특별한 기술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은 삶의 전체 과정이다. 이론이나 기술을 포함하는 모든 삶의 양태에 포괄적으로 작용하는 인간만이 갖는 특수한 과정으로 읽힌다. 교육자, 교육생 이 두 단어는 어쩌면 우리 삶의 모든 구성원들과 얽히고설킨 사람간의 관계라고 여긴다. 이 곳 페북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 이상하고 배울 것 없는 인간들도 있지만 페북의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교육의 본질은 어떤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에게 어떻게 안내하고자 하는 기술이 아닌 전달할 내용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가끔 이 내용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휴 마치고 오전부터 조용한 하늘. 길청 사무실도 조용하다. 밀린 일들 많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기쁨을 갖게 되는 시간이다. 그 일들 모두가 나에게 교육의 과정이고 사회적 신뢰의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다.

 

연휴동안 산책 했고, 대학 강의 영상 세편을 녹화했고, 글쓰기 모임을 했다. 책을 읽었고, 영화를 봤고 아이들과 장난하고 싸움도 하면서 늦잠을 자면서 그렇게 배우고 교육하고 지냈다. 나에게 큰 차이가 없는 일상이었지만 가족과 집에서 옹기종기 부딪치며 소통했다는 게 또 다른 배움이겠다. 조직 생활 또한 큰 배움이고. 어쩌면 우리 삶 모두가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연속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