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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똥차의 추억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12.

아이들과 오후에 썰매를 타기 위해서 월명산에 올랐다. 자발적으로 간 게 아니다. 아이들이 졸라서 억지로 시간을 냈다. 오후에 예약한 병원에도 들러야 했고, 해야 할 일도 있었는데.. 어찌 됐건 쉬는 날이어서 늦은 오후에 시간을 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집에 갔다. 플라스틱 썰매를 들고 눈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길을 가는데 똥차가 상가 화장실에 호스를 꽂고 있었다. 상가 옆을 지나면서 투덜대는 나에게 큰 아이가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아빠 동심에 빠진다고 생각해 봐요. 재밌을 거예요."

 

나도 똥차를 보면서 한 마디 했다.

"아마도 아빤 '똥'심에 빠질 듯 싶다."

 

계속 투덜거린다고 말 듣기 전에 입을 닫고 살짝 웃어 보이며 썰매 탈 만한 곳을 찾았다. 산 아래 눈도 적당히 쌓여 있었고 조금 가팔랐지만 썰매를 탈 만한 곳을 찾았다.

 

 

먼저 막내를 앞에 앉히고 탔는데 생각처럼 운전이 안된다. 아이코...ㅠㅜ 옆에 전봇대와 부딪칠 뻔해서 온 몸에 힘을 주면서 몸을 틀었더니 허벅지에 쥐가 났다. 일단 나는 거기까지다.

 

 

 

아이들은 무엇이 좋은지 1시간여를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두 아이만 열심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사람이 오는지 차가 올라오는지 주시하면서 오며 가며 살피기만 했다.

 

나 어릴 적 썰매를 똥차라고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동네에 나무를 주워서 못질 해 가면서 만든 썰매를 우리 동네 친구들은 똥차라고 했다.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언제든 산에 올라가면 친구들이 많았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신나게 썰매 탔던 추억들.

 

우리 아이들 나이에 겨울이면 언제나 친구들과 산에 올랐다.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부딪치면서도 즐거웠던 때다. 대나무 앞에 살짝 불로 구워 구부린 후 가파른 길에 서서 스키라고 서서 타기도 했다. 지금은 먼 추억이다.

 

산은 아직 그대로 있고 그때의 가파른 경사길도 그대로다. 변한 것은 상당히 많은 곳에 산책로라고 아스팔트가 깔렸고 여러 곳에 공원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겨울이고 눈이 왔는데도 아이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휑하다.

 

갑자기 똥차를 타고 싶어 졌다. 겨울이면 정말 열심히 만들었던 똥차(썰매). 동네 돌아다니면서 구해 온 나무를 힘겹게 자르고 구부러진 못 펴가면서 만들었는데.

 

 

 

오늘 타본 아이들의 빨간색 플라스틱 썰매도 정말 잘 나갔다. 겨울인데 옆에 보니 우리 아이들만 겨울을 타고 있다. 겨울이고 눈이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