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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불면증의 좋은 점

by 달그락달그락 2020. 12. 22.

늦은 시간에 깨어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가족 모두가 잠을 자러 들어가면 또 다른 나만의 시간이 새롭게 생긴 느낌이다.

 

요즘은 마감 지을 일들이 많아서 계속해서 노트북과 씨름하면서도 혼자만 있는 밤의 이 시간만큼은 너무 좋다.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조용한 음악이 좋고, 혼자서 멍 때리는 게 좋고, 일이라고 여기지만 진도가 나가는 일이 있어서 좋다. 출판 위해서 썼던 글들이 있는데 편집 중에 다른 일들 쳐(?) 내려고 손 못 대고 뭉쳐만 놓아도 그 편집해야 할 내 삶의 관점과 생각이 있는 글감이 많아서 좋다.

 

 

매일 9시 이전까지는 유무선상으로 누군가와 대화하고 회의하고 조율하고 결정하고 무언가 써대는 게 일인데 12시가 넘어가면 전화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혼자만의 지금 이 시간.

 

아.. 꼭 혼자는 아니구나. 어쩌다가 이 시간에 SNS에 오면 꼭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대화하지는 않지만 좋아요 클릭해 주고, 가끔은 댓글로 소통하는 늦은 밤이면 만나는 귀한 '벗'들. 언제나 그 친구들은 그 시간에 있더라.

 

잠이 안 온다고 짜증 낼 필요도 없어졌다. 안 오면 안 오는 데로 그대로 두면 된다. 녀석이 올 때 온다는 것을 알았다. 이 친구와는 밀당을 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잠이 오는 시간까지 모두의 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

 

인간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저명한 누군가 그랬다. 진화하고 사회적 관계가 강화되면서 여러 모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지만 결국은 사람은 자기만의 때가 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안다.

 

사회에서 일상적 시간과도 거의 맞게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꼭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오래전 아침형 인간 유행할 때 책도 몇 권 사보고, 4시간 수면법 등 별 걸 다 읽고 보면서 맞추어 보려고 했다. 그런 게 좋아 보였다.

 

불면이 깊어질수록 대중의 시간에 내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늦은 밤에 깨어 있는 내가 편해졌다. 오늘 하루 종일 써 댄 연구보고서에 눈이 너무 침침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내일 아침이 비몽사몽 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조용한 음악과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멍 때리기 딱 좋은 베란다 너머 까만 하늘에 어쩌다가 보이는 별들.

 

그리고 '게시'를 클릭하면 이 글을 보아줄 몇 명의 친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있다는 것.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