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새해는 해보면서... 새해다!!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1.

모처럼 집에서 뒹굴 거리다가 초딩 5학년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나를 봤다. 저녁 식사하면서 욱(?)하며 한마디 했는데 "아빠도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한마디 들었다. 골 때린다고 하니 뼈 때리는 이야기라고 받아치는데 갑자기 내 모습이 적나라해졌다. 지금 내가 아이와 이런 신경전을 벌이고 있나?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세상 모두 바꿀 것처럼 떠들 때면 뭐나 된 것처럼 보였는데 내 수준이 딱 지금 이 모양이다. 어디에서나 같아야 하는데 집 안에서 쉴 때와 밖에서가 다를 때가 많다. 집에서 거의 파김치가 되어서 침대와 일치되는 나를 자주 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주는 밥 먹고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다.

 

어제 늦은 밤 졸다 깨다 반복하면서 막내와 '애드 아스트라' 봤다. 16년여간 우주의 생명을 발견하려고 목숨을 걸고 떠난 아버지를 만난 아들은 다시금 아버지를 보내면서 깨닫는다.

 

"아버지는 멀고 낮선 세계를 누구보다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앞에 있는 건 보지 못했다." ...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도 걱정하지 않아요. 주위 사람들과 의지하면 살면 되죠. 난 그들의 짐을 나누고 그들은 내 짐을 나누면서 나는 살아갈 거고 사랑할 겁니다."

 

어떤 이는 과거에 트라우마 해결의 과정을 설명하는 영화라고 했지만 뭐? 해석은 그들의 자유고. 난 오늘 이제 13살 아이와 신경전 벌이면서 어떻게든 이겨 보려는 내 모습이 투영됐다.

 

지금 내 앞에 존재는 사람들과 지금 행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다. 세상 모두 구할 것처럼 털어 대면서 나대는 일도 있어 보인다만 그 기초는 지금 내 앞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삶이다.

 

오늘부터 새해다.

 

날짜는 가고 있지만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은 그대로다. SNS 타임라인과 메시지 등 수 많은 이들이 새해 인사와 다짐 축하와 기원이 넘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똑같은 시간에 똑 같은 공간에 똑 같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또 다른 새해는 또 다르게 각별해 보인다. 시간이 가기 때문이겠지?

 

새해는?

 

지금보다 더 '해'야겠다. 일단 '해' 보고 생각은 '해'보면서 해야겠다. 가끔은 달도 보고 해왕성도 보겠지만 일단은 '해'봐야겠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사랑해야겠고 의지해야겠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 짐을 조금은 나누어 갖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은 타자에 의해서 부탁받은 일이 아닌 내가 해야 할 내 안의 할 일을 어떻게든지 바득바득 해 봐야겠다. 이번 해는 정말 우선해야 할 일을 선정하려고 한다. 정말이다.

 

해 본다는 것은 희망을 붙잡는 일이다. 절망보다 무망이 더 무섭다고 했다. 바랄 게 없으면 사람은 죽는다. 먹고살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지는 때다. 해 본다는 것에 가장 원초적인 욕망은 생명이다. 이 때문에 바라고 소망하는 일을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일단 해 볼 일이다.

 

해 본다고 뭐가 나아질 거냐고,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올 거냐고 비관적으로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 먹고사는 일에 집착하면서 누군가에게 떠 맡겨진 일을 책임만 지는 이들의 삶은 안정적 일지는 몰라도 무망이다. 폭망의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먹고사는 일을 소홀이 하기는 싫다. 우선적으로 행 할 일은 하면서 한다. 해야 할 일을 하는 일이 가능한 먹고 사는 일과 연관되었으면 좋겠다.

 

이번해 만이 아닌, 내일 죽더라도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 일에 희망이 묻어 있고 사람들의 짐을 나누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있으면 족하다.

 

어떠한 이념에 경도되거나 끝간데 모르는 자기 신념에 찬 자신만의 희망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나누고 함께 하는 희망이 내겐 희망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팬데믹 등 말도 안 되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일수록 더욱더 무망에 의한 절망보다 어떻게는 변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해 보면 좋겠다.

 

오늘 저녁 10대 초반인 청소년과 신경전 벌이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희망을 가지고 해 보는 일은 지금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옆에 그 누군가와 함께 할 일이다. "미안하다. 꼬맹. 아빠 수준이 이 모양이다.(속으로만 군시렁)"

 

2021년 첫날 새벽에 촬영한 사진

 

어제 5시 넘어서까지 잠들지 않았다. 까만 하늘에 눈이 조심스레 내리는데 그 안에도 빛은 밝히더라. 해 보기 힘든 시간이어도 어디에나 빛은 있기 마련이다. 그 빛이 내가 되고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옆에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비추어 줄 수 있는 작은 호롱불이나 촛불 정도라면 어떠랴. 빛은 빛이다.

 

일단 해 보자.

 

www.kmrnews.com/ylife/ynews_view.php?code=LF04&pid=4211

 

군산지역의 대표 언론, 군산미래신문

 

www.km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