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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고양이 집 짓는 아이 보다가 깨닫는 것

by 달그락달그락 2020. 12. 23.

12시가 다 되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훌쩍이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 뜨린다. 그러더니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고양이가 죽었다고 했다. 내일 학교 안 간다고 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책 보다가 노트북 열어서 블로그 하다가 고양이 죽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모양이다.

 

동영상에 나온 17년 된 고양이가 주인 옆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슬펐다고. 초딩 아이의 슬픔을 달래 줘야 한다는 일념(?)하에 바로 한마디 해 줬다. "아빠도 늙으면 죽는다. 사람도 동물도 늙으면 죽는 거라고. 그래서 생명은 소중한 거란다. 어쩌고 저쩌고~"

 

이런....... 죽은 고양이 동영상 보고 꺼이꺼이 우는 아이 옆에서 이런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니...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번뜩 생각이 돌아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이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아마 저 인간이 뭔 소리냐? 했을 거다..ㅠㅜ

 

아이가 만든 고양이집

 

아이가 요즘 왜 이러나 싶었다만 최근 이 친구 하는 일 보고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제는 길고양이 집을 지어 준다면서 박스 하고 비닐, 집에 있는 집기들 총동원하고 안에 편안하게 매트에 밥그릇, 물 잔까지 넣고 집을 만들었다. 학교 다녀오면서 가져다주겠다고 현관 앞에 두었다.

 

"혹시나 주변 어른들이 고양이 집 설치할 때 뭐라고 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고양이 집 들고 돌아 오렴. " 또 당부했다.

 

내가 조심해야 한다고 또 한마디 했다. 요즘 길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료 주면 화내고 싸움까지 하는 경우 많단다. 이미 사료는 계속 사다가 고양이 나누어 주고 있는데 벌써 어르신들에게 고양이 밥 주지 마라고 몇 차례나 혼났다고 했다.

 

생명이 어떻고 평화가 어떻고 인권은 양보가 없고 등 등 오랜 시간 많이도 떠들고 다녔다. 그 수준이 내 현재 꼬락서니(?)다. 아이 보면서 무슨 캠페인 이런 거 하지 않아도 길냥이 등 생명에 대한 공감, 애착, 유대감 등 가지면 자기 용돈 털고 시간 내서 무언가 해 나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아이가 고양이에 꽂혔는지 모르지만... 요즘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 지곤 한다.

 

'운동'방식이라고 그 동안 그렇게 많이 반복해 왔던 수많은 방식들의 활동들이 우리네 삶에 얼마만큼이나 연결되어 일상화되었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법적, 정책적 내용들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무언가 많이도 바꾸었다고 자부했지만 우리 사회의 일상적 삶에서의 변화를 위해서 내 삶은 어떠하고 내 가까운 선후배들의 삶은 어떤가 싶다.

 

운동이 활동이 일이 아닌.. 그 안의 가치들이 일상적 삶으로 녹아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일상, 삶의 방식에 관계하고 함께 하는 과정이 요체다. 삶을 나누는 시간들이 결국 우리네 추구하는 활동이 기본이고 바탕은 아닌지.

 

그러게.. 중요한 것은 우리네 삶이었지.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지 무엇에 기쁨과 뿌듯함 충만함을 갖게 되는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