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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군산 문화도시의 근간은 무엇일까?

by 달그락달그락 2020. 12. 18.

최근 좋아하는 지인 몇 분이 초대한 모임에 참여했다. 문화도시 발전과 관련해서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예술가, 정치인, 회사원 등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지역 문화에 대한 고민과 발전 정책과 관련해서 여러 관점을 접하게 되었다. 문화가 예술만이 아닌 우리 삶의 가치로서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그중 의미를 생산하는 실천으로서의 '의미화 작업'이라고 할 때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에 의미,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봐야겠다..

 

지역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문화도시 사업이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균형발전, 성장 등이 주를 이루는 목표들이 나름 이해가 간다만 근간을 이루는 지역의 문화는 무엇인지 돌아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지역 문화는 역사에 깃든 우리만의 정신은 아닌지?

 

 

토론 중에 어떤 이가 그랬다. 서울에 살면서 지역 출신이라는 게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럴까 하는 질문? 나는 지역에 훌륭한 역사와 우리의 뿌리를 이루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 인식도 근거도 찾지 못하기에 몇 가지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휘둘리는 거라고 주장했다.. 지역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공간, 애착심과 심리적 유대감이 있어야 한다.

 

 

 

애착심과 심리적 유대감은 내가 사는 공간에 긍정적인 역사와 문화를 내재화해야 하는데 그러한 시도나 활동이 우리 지역에 너무 부족해 보인다. 군산은 훌륭한 역사와 문화가 많다. 3.5 독립만세운동부터 이영춘 선생님과 초기 기독교가 뿌리내리면서 만들어 왔던 사역과 민주화 운동 등의 귀한 역사적 사실들이 넘친다.

 

 

3.1절 청소년평화제, 필더포스크루 비보이 청소년들이 3.1절 평화를 주제로 퍼포먼스 중. 오른 쪽 신우(나중에 라스트포원 멤버가 되었는데). 

오래 전이다만 3.1절 청소년평화제를 10여 년이나 기획 운영 했었다. 현재 운영하는 기관에서도 청소년들과 3.1절 관련 행사를 진행 중이다. 3.5 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이영춘 박사님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지역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나름의 지역 문화적 유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청소년들 지역 뿌리에 대해서 안내하면서 유대감과 애착심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 기획이나 교육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3.5 독립만세 운동에 대한 연구논문을 찾았지만 관련 논문 한편 찾기가 어려웠다. 지인 중 지역 의료와 기독교 역사에 대한 자료들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놀랄지 모르지만 지금도 제대로 된 지역 역사에 대한 논문 한 편 찾기가 어렵다는 것. 코로나19로 최근 잠잠하지만 지역 축제와 행사는 많지만 우리가 가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학술행사 한번 찾을 수 없었다.

 

문화도시에 대한 정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짬뽕도 맛있고, 빵도 맛있고 먹거리도 훌륭하고, 도시재생 사업으로 적산가옥 등 오래된 집들도 잘 보호도 되고 있다는 홍보, 이로 인해 이전에 비해 많은 관광객이 꾸준히 오고 있다. 자연환경도 군산만큼 좋은 곳은 드물다. 문제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숭고하고 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근간이 되는 작업들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표피적인 몇 가지 근거를 가지고 관광지 안내하는 수준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적 발전을 이루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수백 번 강조하지만 19살 이후에도 청소년,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서울이나 외국에서 공부하고도 다시 돌아와서 살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직업도 많아야겠지만, 그 이면에 자긍심과 애착심 유대감이 녹아 있는 지역 역사와 문화가 근간을 이루어야만 한다. 어디를 가나 지역 출신이라는 자긍심이 넘치는 역사와 그러한 문화가 숨 쉬는 곳.

 

군산이라는 도시에서 삶을 살고 영위하며 그때의 문화를 잊지 못하고 추억하며 현재를 살 수 있는 도시다. 이를 위해 행해야 할 다양한 사업과 정책들을 지속해서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문화도시 이벤트뿐만 아니라 뿌리와 근간이 되는 문화사업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