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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기본소득 논란과 공무원 연금

by 달그락달그락 2020. 11. 5.

청소년에게 낚시하는 방법에 대해 치열한 학습과 훈련을 시켰다. 청소년 집안이 어려웠다. 열심을 다해서 공부한 청소년이어서인지 멋진 낚싯대까지 후원을 받았다. 드디어 물가로 나왔다. 배운 데로 최선을 다해 낚싯줄에 바늘을 연결하고 힘차게 던졌다. 며칠을 기다려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희망을 가지고 집중해야 하며 지속해야 한다는 정신교육도 받은 터라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더군다나 배정받은 자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모든 기술을 사용했으나 물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배정받은 어장은 폐수가 섞여 있다. 물고기를 잡을 수가 없다.

건너편에 어떤 사람은 낚시 바늘만 물에 넣으면 몇 초 지나지 물고기가 잡혔다. 어장이 거의 물반 고기 반으로 보였다. 자신과 같이 물고기 잡는 법 공부한 친구였는데 별로 노력하지 않았고 열심을 내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아버지가 어장을 만들어서 안내해 주었다. 물고기 잡는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물고기는 너무 쉽게 잡힌다. 몇 년 전 출간했던 글 중 한 꼭지다. 물고기 잡는 법 배워야 하지만 동시에 어장을 함께 쓰거나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죽도록 물고기 잡는 법 배워봐야 너무 힘든 사회다.

 


낚시질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무엇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은 자칫 ‘복지병’을 양산한다며 비판한다. 요즘 이런 논리가 맞는가? 중요한 것은 어장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형무형의 ‘어장’이 세습되고 있다. 북한만 그런 줄 알았다. 우리 또한 정치, 경제, 종교, 문화까지 세습이 트렌드다. 청소년들이 잘 되는 근거는 부모의 경제력과 가방끈 길이라는 연구는 이미 넘친다.

최근 청년수당, 청소년수당 등 기본소득과 연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병 운운하면서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연금과 공공 수당은 공평해야 한다. 군인연금, 교원연금, 공무원연금 등 개혁 대상이라는 연금제도 있지만 누구도 손보지 않는다. 내는 것에 비해 훨씬 더 가져가니 천문학적인 돈이 모자란다. 그들의 모자란 연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 아닌 어장의 문제를 바로 잡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일이다. 세습이 아닌 자기 노력에 의해서 국가 정책이 낚시 기술이 있는 만큼 잘 살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등은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평등이어야 하고,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땀 흘리는 만큼 부가 나뉘어야 옳다.

 

택배 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하고 방임된 초등학생 아이가 라면 끓이다가 불에 타 죽는다. 이런 이들에게 너희가 노력을 안 해서 그런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하루 서너 시간도 잠들지 못하고 죽어라 일해서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부모 잘 만나 교육 잘 받고 전문직 자격 취득해서 택배 노동자들의 수십 배 연봉을 받는 이들도 있다. 자율적이고 공평한 경쟁인가?

나는 공부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전문직 가진 이들이 고생한 만큼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 만큼의 수익을 가져야 한다고 여긴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그러한 소수 전문 직종과 수많은 일반직종의 수입 간격이 이렇게 큰 나라가 선진국에서 얼마나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상위층과의 간격을 줄이지 않는 한 나라 전체가 힘겨운 일들은 가중될 것이다.

 

기본소득, 관련 수당이나 연금은 어장을 공평하게 나누는 시작이고 기초이지 포퓰리즘 운운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양극화가 극심해 지는 비율이 높은 나라를 찾기가 어렵다. 기본소득 이야기만 나오면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세금 걱정하는 정책 관계자나 공무원들에게 당신들 연금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면 뭐라 말할까?

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697256

 

[아침발걸음] 기본소득 논란과 공무원 연금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청소년에게 낚시하는 방법에 대해 치열한 학습과 훈련을 시켰다. 청소년 집안이 어려웠다. 열심을 다해서 공부한 청소년이어서인지 멋진 낚싯대까지 후원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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