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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나는 알기 싫다. 고로 혐오한다

by 달그락달그락 2020. 10. 26.

오후 귀가 후 낮잠을 잤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오후에 잠이 왔다. 잠 깨고 나서 연구보고서 쓰려고 커피 내려 마시고 노트북 켰다. 갑자기 오전 예배 때에 목사님 말씀이 떠올라 끄적이다가 보니 1시간 여가 지났다.

 

페북에 그대로 게시했는데 잠시 후 삭제했다. 글에 내용이 비판적이었고 누군가는 싫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놈 비판하고 싶지만 이를 빚대어 비유하는 직업이 나쁜 게 아닌데도 읽는 사람 측면에서 기분 좋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에 대해 고려하게 되고 비판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움직이는 게 주된 활동이었다. 문제를 알아야 해결하니 당연히 그 문제의 중심을 보려 했고 비판적 관점이 생겼다. 청소년들의 힘겨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이나 정책, 영역 등의 비판은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그 비판의 대상이 거악(?)일 경우에 큰 문제가 없으나 어떤 영역의 문제를 걸 때 그 본질 문제보다는 진영논리가 앞서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사의 어떤 이슈에 대한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썼을 때 이 내용과 관계없는 분인데도 자신이 교사라는 이유로 그러한 비판적 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목사님들 중 훌륭한 분들 계시지만 이상하고, 나쁜 목사도 있다. 그 나쁜 소수를 비난했을 때 목사직을 가진 사람들 중 그 글에 내용보다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을 원한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알 수 있음에도 알려하지 않는 것만 같다. 자신이 원하고 지지하고 위치 지어 있는 그곳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그들의 진영에 함께 선 자들과 상대를 편 가르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옳고 그름이 아닌 '싫고 좋음'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페이스북을 오래 하면서 만난 많은 이들이 그랬다. 나도 그랬다.

 

 

이라영은 "나는 알기 싫다. 고로 혐오한다"라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진영논리에 대한 담론을 정확히도 표현한 문장이다.

 

그래도 오전에 묵상한 글인데 완전히 삭제할 수 없어서 하루에 백 명 내외만 왔다 가는 내 조용한 블로그로 옮겨놨다.

언제부터인지 이 곳에서 비판하고 토론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내용은 숙지하고 토론하고 비판하면 좋은데 피상적인 몇 마디와 자기주장에서의 비난은 스트레스만 남았다. 내 부족한 글빨도 한 몫했다.

 

아이코... 시간이 또 하던 연구보고서 마저 써야 하는데 갑자기 먼산 보다가 또 끄적이는 글이 이런 거라니.. 월요일이 시작되었구먼. #낮잠 #진영논리 #옳고그름 #싫고좋음 #비판 #관점 #진영 #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