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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고교성적이라는 선민사상 - 의료파업

by 달그락달그락 2020. 9. 15.
"특정 부류나 집단이 자신들만이 신이나 그에 맞먹는 존재 등에게 선택되었고, 때문에 타 집단보다 더 우월하거나 잘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착각하는 우월의식." 

이를 선민의식이라고 이라고 한다.

 

우리의 최고 선민의식은 뭘까? 학교다. 정확히 표현하면 대학이다. 그 대학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평생 동안 프리미엄 붙이면서 사는 이들 한 두 명을 본 게 아니다.

 

그 분야의 실력이, 역량이 뛰어나면 그대로 존중하면 된다. 문제는 개인의 역량이나 전문성과는 관계 없이 그 자가 어떤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간판이 되고 모든 것을 잘할 거라는 선민사상에 기초한 이상한 믿음이 팽배해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이러한 수능 성적에 기초한 이상한 인식이 많이 깨져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지방 대학 출신은 '지잡대'로 비아냥 대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다. 서울권의 대학 또한 순위 매겨서 지들끼리 혐오하는 일들도 넘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카이로 지칭되는 일류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안에서도 등급이 나뉜다. 농촌 전형 등 시험 안 치르고 내신 중심으로 입학 한 학생들과 수능과 외고/과학고 등 고교 출신의 레벨을 다시 정해 그들 끼리 나누고 혐오하는 일까지 있다. 대학 관련 커뮤니티 찾아들어가 보시라. 정말 가관이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영리 기관들은 학벌을 넘어 섰을까? 단체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특정 학교와 파벌로 나뉘고 성골, 진골 운운하는 경우(?)도 있더라. 기관 대표의 학력은 왜 이렇게 좋아야 하는지? 소수일 거다. 그리 믿고 싶다.

 

의사들 파업하면서 여러 논란이 있다. 의사들 입장, 의사협회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파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국민의 생명을 저당 잡고 잘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부분 여러 논란이 있고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만.. 어제 대한의사협회 산하 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올라온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이 모자른 공공 의대 의사. 어떤 의사를 고르시겠습니까?"라는 이 그림.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들 말로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공공의대 의사가 되었다는 것은 고교 때 성적이 그들보다 떨어졌을지 모르나 의대 갈 정도의 성적은 되었고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 면허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을 뜻 한다.

 

역설적으로 고교 때 성적만 좋으면 의사 시험 조금 못 봐도 평생 만사형통이라는 이야기인가?

 

의사 수 확대하면서 만들어지는 정책 들 헛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의학 관련 전문가들 이야기 들어 보니 의료수가부터 지방에 열악한 의료현실 타게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 많아 보인다. 공공의료를 위해서 국가가 지원하는 수준도 높여야 하고,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고액 수업료 내서 의사 되는데 국가의 지원 없이 공공성만을 강화한다는 것도 고민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말이다. 100번을 양보한다고 해도 이 정도 수준에서의 싸움은 의사들에게 도움될 게 없어 보인다. 매년 1등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한 의사가 우월하다?는 이런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 국민들에게 동의 얻기 어렵다.

 

부족한 사람들 거르기 위해서 의사면허 시험을 보는 것 아닌가? 이들 말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으면 공부 못하는 사람들 걸러 내기 위해서 의사 면허 시험 수준을 지금보다 엄청 더 빡쎄게 올려서 모두 걸러 낼 일이다. 그러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