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활동/길위의청년학교

돼지와 소크라테스

by 달그락달그락 2020. 9. 4.

돼지도 나름 행복하다면서, 돼지처럼 진흙탕에서 뒹굴어보라고 했다. 그러면 그 나름대로 행복할 것이라고 라 메뜨리가 그랬다. 오래전 행복론 찾아 읽다가 발견한 문구인데 메뜨리가 메뚜기로 잘못 읽을 정도로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예언자는 아닌가 싶다?

 

 

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길청 청년들과 깊은 대화 했다. 원래 계획은 연구모임 마치고 각자의 관점에서 비전 만들어 보는 거였는데, 언철의 질문으로 꽤 다양한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조직에 따른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기반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과정 어드메에 있는데 고민이 많아 보이는 청년들.

 

이 친구들이 왜 이 '길'에 서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낯선 길 그 가운데에서 청소년, 난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우리네 이웃들에게 시선을 주는 삶이 아닌 그들과 대면하며 살고자 한다. 일의 대상이 아닌 삶의 과정이고 이웃들이어야 하는 청년들.

 

자신이 일반적인 청년들의 중간분포도에서 살짝 비켜난 삶이라는 이 표현이 어떤 표현인지 알면서도 거슬렸다.

 

중간 분포의 비유가 아니다. 나름의 가치와 철학을 가진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에서 나온 삶은 아닌가. 중간 분포의 삶이 돼지라는 말이 아니다. 그 중간 분포의 삶에서도 돼지가 있고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길청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삶이 배부른 돼지이기보다는 조금은 배가 고파도 사람다운 삶에 대한 자기 성찰에 따른 과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은지 만족스러운 바보가 될지 선택하는 과정이 우리네 삶의 과정이다.

 

만족하는 바보가 좋다면 그리 살면 된다. 그 해석의 차이 또한 개인이 할 일이다. 내가 바보인지, 소크라테스인지 그 누구의 해석 또한 만족하지 못하지만.. 개인 삶의 역사가 말해 준다. 중요한 것은 자신도 안다.

 

이번 일주일 너무나 급하다. 거의 분으로 쪼개 살았다. 내일도 모 지역 청년센터와 온라인으로 길청 청년들과 하루 종일 연수하기로 했다. 새롭게 시도하는 과정이어서 고민도 있지만 잘해 나갈 거다. 회의도 많았고, 연수와 세미나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논의할 일도 많았다. 삶은 가고 또 그리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