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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길위의청년학교

알몸이 되는 1인 활동가, 프리랜서

by 달그락달그락 2020. 7. 7.

신문 보다가 프리랜서 관련 글 읽었다. 이전에 독립하여 3년여간 개인연구소 운영하면서 프리랜서 생활했었다. 혹시 일반 직장 다니면서 1인 기업 또는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이전에 내 경험과 관점도 한번쯤 살피기를.

독립의 기반은 '자신의 역량과 인간관계'다. 조직에서 독립하는 순간 알몸이 된다. 독립 전 내 명함에는 관장, 부관장, 부장 등의 직함이 찍혀 있었다. 민간법인에서 공적인 청소년시설을 운영하고 있어서 월급 받았다. 일단 독립하는 순간 개인의 역량이 돈을 버는 일이 된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다가 독립한 의사들은 개인의원을, 로펌이나 검사로 일하다가 독립하여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건설회사에서 건축사로 기술사로 일했던 엔지니어들은 건축사, 기술사 사무소 등을 창업한다. 최근에는 1인 변호사, 1인 회개사 사무실도 증가 추세에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전문적인 일들이 있고 사회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회사에서 독립 한다는 것은 이전에 내가 걸치고 있는 뒷 배경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독립하면서 내가 크게 느낀 것은 ‘알몸’이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기업의 브랜드인 줄 착각한다. 대기업에서 새파랗게 어린 직원이 하청업체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갑질 하는 경우가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갑질의 뒤에 대기업이 있는데 기업의 힘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NGO, NPO의 민간법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사무총장이나 원장으로서의 위치에서 나오는 힘을 개인의 힘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조직에서 나와 보니 그런 모습은 적나라해졌다.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가 살필 일이다. 의사로서 변호사로서 또는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등 자신이 가진 전문성이 있다.

그동안 쌓아 온 인간관계 또한 살필 일이다. 내가 독립하면서 가장 감사했던 하나의 이유를 찾으라면 여기에 있다. 나를 내가 더욱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조직 위치에 따른 쓸데없는 인간관계가 모두 끊어졌고 진짜 신뢰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관장이라는 위치, 법인의 임원이라는 위치를 날리는 순간 ‘알몸’으로 사회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알몸은 조직에서의 어떠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의 존중과 신뢰의 관계다. 나름 전국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알몸’으로 만나도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선후배, 동료들의 ‘신뢰’가 기반이었다. 먹고사는 문제는 그동안 공부하면서 개인기로 키웠던 글쓰기와 연구능력과 강의빨(?)이었다.

조직을 그만 둔다는 것은 나에게 반영되었던 그 조직의 힘도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조직의 힘이 아닌 내 역량으로 조직을 키운 사람과 조직에 기생하면서 그 힘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극명하다. 숙주로서의 역할보다 기생력이 큰 사람일수록 독립은 어려워진다. 조직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행하고 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조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차원이다.

돌아보니 나 또한 완벽한 조직의 숙주가 아니었다. 기생하면서 조직을 키우는 역량이 섞여 있었다. 다만.. 나는 독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독립하여 홀로 선다는 것은 기생이 아닌 철저히 숙주가 되어 자신의 역량으로 사회적 신뢰를 맺으면서 삶을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은가? 사직하시라. 단, 이후에 내가 가진 역량과 사회적 관계로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신의 역량과 인간관계의 신뢰의 수준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