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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길위의청년학교

청소년과 꿈 그리며 먹고 살기 안내서(1)

by 달그락달그락 2015. 10. 2.

몇 년전 프리를 선언하고 개인 연구소를 시작했다. 기관 단체 등의 강사로 다니면서 소속을 물을 때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무허가 연구소하는 사람이라고 안내했다. 전국단위 네트워크 만들어서 ‘청소년운동’ 잘 해 보고 싶었다. 더불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강의, 연구용역, 평가 등 요청이 오면 닥치는 데로 참여했다. 당시 모 아동복지기관에 평가를 갔을 때다. 진입평가라는 거였는데 여기에서 선정을 해 주면 국가로부터 매달 지원금을 받게 된다. 평가과정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평가를 거의 마친 후 센터장께 이 힘든 일을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 여쭈었다. 


“어려운 아이들 돕는 좋은 일 하면 누군가 나서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돕지 않았다며 남편 월급 쪼개서 생활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다. 혹시 이 일 하기 전에 관련된 일을 해 보았는지, 복지기관이나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거나 후원해 본 일이 있느냐고 여쭈었다. 기관대표는 그런 일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평가 잘 받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며 자신은 여기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라고도 말씀 하셨다. 벌써 몇 년이 지난 기억이다.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청소년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니 누군가 돈을 줄 것인가? 
둘째, 청소년을 돕는 일은 나의 평생직장으로 안정적일 것인가? 
셋째, 청소년은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누구나 도울 수 있는 일인가? 

종합해 보니 청소년들 특히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일을 하면 누군가 지원을 할 것이고, 특별한 전문성은 없어도 되며 국가로부터 지원받으면 잘 만하면 평생직장도 된다는 뜻이 된다. 아동, 청소년기관을 이런 생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대략난감이다. 

청소년관련 일을 하고 싶은 2~30대 청년들을 만난다. 이 친구들이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 후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진로에 대한 대화를 할 때면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재단 등 큰 법인과 청소년 관련해서 상담, 사회복지, 활동 등으로 대부분 정해져 있다. 문제는 그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안정적 직업으로서의 공공의 기관시설이 그리 많지 않으며 그마저도 지속가능한 일터일까 하는 의문이다. 

작년 초 서울의 청소년관련 토론회에 발표자로 초청받았다. 프레스센터 커피숍에서 대기하면서 발표자 분들과 차 마시며 담소 나누었는데, 청소년시설의 관장님께서 내 옆에 청소년관련학과 교수님께 “그 학교 학생들이 청소년시설 등 현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좀 보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조로 이야기 하셨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우리 학생들 마흔살 이후에도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받았다. 옆에서 이야기 들으며 생각이 깊어졌다. 과연 공공이라고 칭하는 청소년기관시설의 일이 평생직장으로서 지속가능한 일일까? 과연 이 바닥 일들이 공무원이나 공사처럼 안정적인 직장이며, 공사립 학교의 교사처럼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인정 받는 일인지 고민이 들었다. 

평가에서 만났던 센터장의 이야기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이 분은 자신이 센터를 설립하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국가로부터 지속적인 지원금을 받으며 관련 일을 하고 싶은 노력도 있었고 그리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분이 가진 자기 확신에 찬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제외하고는 소명이나 가치 등 아동과 청소년의 본질적 이유와 전문성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청소년활동 하면서 비영리기관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왔다. 공공에서는 교육, 청소년, 사회복지 등의 정책적 분야가 나뉘어 있고 민간에서는 비영리단체부터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의 여러 단체 들이 있다. 국가에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NGO들도 많다. 인권운동단체 조직해 활동하면서 등록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도 한다.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활동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영역과 공간이 존재하는데 청소년이나 아동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친구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직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 할 수 밖에 없는 게 학부에서 배우는 과정에서 실습 한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현장의 상황을 접할 수 없다. 더불어 공공기관에 입사한다고 자신들이 꿈꾸었던 일들, 특히 청소년들과 깊게 관계하면서 일들을 만들어 가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청소년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진로를 돕기 위해 ‘길위의청년학교’나 ‘청년의꿈 과외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가짜가 아닌 진짜 일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어디서나 가짜가 있고 진짜가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 자신이 꿈꾸는 일,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공공기관시설도 좋지만 꿈꾸는 일을 너무 멀리 두지 말고 지금 창업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도 해 왔다. 공공기관을 운영해 왔던 경험으로 장점도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경쟁적 위치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이 쉽지 않다는 판단도 한축에는 크게 깔려 있다. 그래서 흔들림 없이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비영리조직에 대해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마저도 먹고 사는 일이 걸려 있기에 오히려 월급 꾸준히 나오는 공공시설에 비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됐다. 

실제 순수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후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집중하는데 상당수 기부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의 사회적 변화나 효과를 보기를 원한다. 단체의 상근자들은 진행하는 활동들이 성공가능하며 사회변화의 과정에서 감동이 있는 일이라며 어떠한 논리적 근거나 이론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경향도 크다. 이러한 자신들의 성과를 증명하려는 부담 때문에 단기적 결과를 얻는 데 급하게 되고 장기적 운동(movement)의 과정(나는 실질적인 사회변화의 과정이라고 믿는다)은 등한시 하는 경우도 있다. 단기 이벤트에 집중하는 일도 많아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기 전략의 또 다른 고민에 내몰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 민간조직들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결국에는 국가지원 또는 직영하는 청소년기관시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또는 직영하는 청소년관련 기관시설이 처우와 환경에서 과연 이 일이 지속가능하며 실제 현장에서 감동하며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루며 청소년들과 길게 호흡하면서 활동을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이 앞선다. 

민간의 청소년단체활동을 시작으로 청소년시설운영, 관련협회 등과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 후 현재의 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청소년활동조직을 꾸리면서 지속가능한 일들을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오히려 공공기관시설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그 페턴에 젖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자신이 꿈꾸는 민간의 활동들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빠르게 전문성 함양과 함께 안정적 활동들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 의식으로 현장에서 실제 경험하는 일들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꿈을 꾸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 조직체를 만들어 가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했다. 이론서와 같은 내용이 아니다. 살아서 움직이고 실천적 도움이 되는 안내서 역할이 필요했다. 유치하지만 20대 중후반에 시작한 이 바닥 일들을 마주하면서 조금이라도 실제적인 고민과 일들을 마주할 수 있는 안내서와 그러한 선배들을 더 많이, 더 깊게 만났다면 ‘내 삶이 어찌 됐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개발서류에서 제시하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준다고 주장하거나 안정성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청소년과 관련된 일, 그것도 지역사회 중심으로 기관 또는 단체를 민간의 힘으로 꾸리고 자신이 만나는 청소년들과 깊게 교재하며 그들이 꿈꾸고 내가 꿈꾸는 그 어떤 일들에 집중하면서 계속해서 꿈꾸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일들, 더불어 먹고살기가 해결되는 방법들. 그 내용을 새롭게 시작한 비영리조직을 기반으로 한 현장 이야기를 세세하게 남기려고 한다. 현장의 치열함 속에서 매번 인간다운 삶을 성찰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선후배님들께 응원과 함께 따끔한 비판을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