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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모난 돌, 모퉁이 돌의 의미

by 달그락달그락 2020. 8. 3.

모난 돌이 힘들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모가 없어야 한다고 강요받았고 배워 왔다. 내 자신조차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있으면 깎아 내 버리려고 노력했지 튀어 나온 그 부분을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다른 모 난 부분은 나쁜 거라는 인식이 강했다. 모 나 있었던 부분들은 감추었고 내면에 숨겨오기 급급했다.

 

오랜 시간 만나 온 청소년들 중 모난 돌이 아팠다. 모난 부분에 맥락을 알고 공감이 큰 친구도 있었지만 상당히 아프고 서로에게 상처 입는 경우도 있었다.

 

 

그 가운데 알게 됐다. 모난 돌은 잘 못 된 게 아니었다. 모난 부분은 자기 철학과 생각이었다. 오히려 자기 생각 없이 일방적으로 타자에 의해 다듬어진 돌들이 시간이 가면서 혼란을 겪고 생각 없이 사회의 부조리함에도 잘도 굴러 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모가 났다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간이 가면서 더 확신하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어딘가 모가 나 있었고 그 모 난 곳 때문에 이 사회에서 계속해서 부딪쳐 왔다는 것. 이전에 많이도 깎아 없애 버리려 했지만 튀어 나온 모남은 내 잘 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과 사회에 문제가 있었던 적도 많았다.

 

모난 돌은 일반적이지 않고, 통계의 중간 분포가 아닌 이상한 길로 치부했지만 나에게 모난 돌은 가치와 철학이 있는 길이었고 공간이었다. 모난 친구들은 자기 생각이 있는 청소년, 청년들이다. 돌출된 생각과 행동이 누구에게는 모난 돌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어떤 신념과 이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거나 모가 나 있는 청소년, 청년들을 좋아한다. 그 튀어 나온 부분 때문에 감동하다가 가끔은 갈등이 있고 부딪치면서 언성도 높아지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다듬어지고 타자도 다듬어지는 것을 알면서 괜히 감동하기도 한다.

 

다듬는 다는 것은 중간 분포로 집어넣는 작업이 아니다. 그 철학과 가치가 이상에 부합하고 현실화 되도록 소통하며 나누는 과정이다.

 

모가 나 있는 어느 부분 때문에 요즘도 가끔씩 사회와 사람들에 의해 부딪치는데 그 가운데 깎이기도 하지만 더욱 날카로워 지기도 한다. 잘 다듬어 더 날카롭게 모를 돌출 시켜야 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모가 없어야 잘 굴러간다고 하는데, 그 잘 굴러감이 세상에 부조리와 타협하면서 굴러가는 것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인다. 살아 봐야 얼마나 산다고 그리 굴러서 뭐가 좋을까 싶은 생각이 많은 때다.

 

 

모난 돌은 대부분 모퉁이 돌이 되어 갔다.

 

건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모퉁이 돌은 한쪽 구석에 일반적이고 비슷한 많은 돌들을 쌓아 올릴 때 가장 구석 모서리에서 그 양쪽의 돌의 하중을 받치고 균형을 맞추어 건물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드는 역할을 한다. 다른 돌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로 깎여져서 올리지만 모퉁이 돌은 튀어나와서 모양새가 다르다. 양쪽의 힘을 균형적으로 분배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그 건물의 반석 역할을 하면서 하중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다르면서 무거움을 견뎌야 하지만 그 건물에 가장 중요한 하중과 균형을 이루는 돌이다. 튀어 나온 모퉁이 돌은 모난 돌이 대부분의 역할을 한다.

 

모난 돌은 튀어 나와 있어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먼저 이야기 하곤 한다. 먼저 놓일 때가 많다. 다른 돌들은 그 다음에 평평하게 깎여져서 올려지기 마련이다.

 

모남을 유지하고 갈고 닦는 과정은 단순해 보인다.

 

자기 생각과 신념이 철학과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겸손함으로 타자를 존중하고 소통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 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모는 철학이자 가치이고 이상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망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 어디쯤의 경계에서 이를 잘 알아가는 삶이 결국은 자기 성찰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성찰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힘을 분배하여 옆에 똑같이 쌓아 올린 돌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힘을 맞추기 위해서 압박과 팽창을 반복한다.

 

집 짓는 사람들이 내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시편 118편에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