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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뜨거운 현장에 있는 사람들

by 달그락달그락 2018. 8. 5.

청소년활동가의 현장은 청소년들을 만나는 곳이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라고 칭하는 당사자들을 만나는 곳을 곧잘 현장이라고 한다. 시민운동가들의 현장은 시민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의사는 환자를 만나면서 치료하는 곳이며 교사는 학생을 만나는 공간이다. 이 말이 얼추 맞는다면 자신이 행하는 일의 주체인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과정이 살아 있는 공간이 '현장'이겠다. 





그런데 내 보기에 어떤 물리적 공간에서 같이 일을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 예를 들면 청소년기관에서 청소들 만나면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팀장, 부장 되어 가는 순간에 결재하면서 모니터만 뚫어져라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현장에 있는 것일까? 


이 지점 오해하기 좋은 문구다. 모니터 보면서 행정이나 재무회계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분들의 전문성이나 일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조직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서 이 분야 일하는 분들의 일을 존중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일의 본질적인 일들은 망각한 채 편해 보이기만 하는(실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일을 행하는 것을 비판할 뿐이다. 


청소년활동시설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하나 꼽아 보라고 하면 나는 두말하지 않고 청소년들 동아리나 참여기구 등 자치 조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맡은 바 직무가 있으니 관장, 원장, 소장 등 기관 대표까지 직접적으로 나서서 이런 활동을 행하라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이 중요한 일에 어느 정도의 경력과 소신이 있는 전문가가 붙어도 잘 될까 말까 한데 매번 초임 선생님이 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학교는 또 어떤가? 


내 보기에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 행정도 건물도 존재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교육이야 말로 가장 귀하고 존중 받아야 할 일이다. 학교의 존재이유라는 말이다. 그런데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먹으면서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먼 곳의 위치에 올라가는 게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다. 


교장이나 장학사, 교육장이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하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학생들과의 관계에 따른 교사들의 교육 현장이 존중 받는 문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학생과 만나지 않는 그 어떤 보직이 좋은 자리라고 우기는 이상한 문화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기관도 그렇다. 약자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사회적 관계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선의 사회복지사들의 일이 귀하다. 시행정은 어떤가? 지자체 곳곳의 현장을 누비고 민심을 살피며 시민들의 삶을 실제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들. 그 곳이 행정 현장이다. 병원 또한 현장에 살아 있는 의사들은 병과 치열하게 싸우며 환자 건강을 진정 다해 걱정하는 이들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현장에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고,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단체, 복지관, 학교, 병원 등 수 많은 기관시설이 모두가 현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관계하는 일에 따라 현장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현장은 우리네 삶이 녹아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그 공간을 나는 현장이라고 부른다.  




나에게 현장은 청소년들이 존재하고 이웃이 있고, 선후배와 동료가 있는 바로 그 곳이다. 그 현장을 어떤 이들은 살짝 아래로 보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 복지, 교육 등 관련 현장에서 일하다가 학위 받아 대학으로 이동하거나 연구자가 되거나 또는 컨설팅, 교육 업체 등에 들어가는 일이 나중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일의 등급을 자신이 정해서 본래의 본질적이고 귀한 현장의 일을 행하지 않는다. 


컨설터너, 강사 등이 현장의 일보다 위치가 높다고 여기지 않는다. 대학교수가 현장사람들의 위에 있다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현장이 존재하기에 기타 부수적인 사람들의 직업도 만들어진다. 우리네 일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일은 현장 그 자체는 아닌지. 


날이 너무 뜨겁다. 이토록 뜨거운 날을 만난 적이 드물다. 그 뜨거운 현장에서 치열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그들의 뜨거움. 그 뜨거운 삶을 응원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