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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모략전도와 시민조직

by 달그락달그락 2020. 3. 12.

몇 년 전 지인이 청소년자치연구소로 후원 의향이 있는 분이라면서 기관 활동을 소개해 주면 좋겠다고 모셔왔다. 사무실에 두 분이 방문하셔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관에 전반적인 활동을 설명 드렸다. 설명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후원하시겠다고 오신 그 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 후 지인께 연락이 왔는데 운영하는 연구소와 달그락이 혹시 신천지 아니냐며 물었다고. 잠시 멍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여쭈었더니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 종교가 아니면 그렇게 열심히 그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분명히 그 사람들의 이면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내 모자란 머리로 한참을 생각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분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다.

 

연구소와 달그락은 민간단체로 운영비를 모두 시민들에게 후원 받아 활동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며 참여하는 분들 대다수가 열정적으로 함께 하는데 이분들이 무슨 프로그램 지원이나 무언가를 얻기 위해 오는 게 아니다. 순수하게 지역사회와 청소년, 청년에 관심이 있어서 참여하는 시민들이니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교기관도 아닌데 뭐 이렇게 활동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소와 달그락의 활동까지 가능하면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삶과 기관의 활동을 가능한 개방하는 이유는 공유 자체가 변화의 과정이고 후원자와 시민들과 소통하고 관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 십 장 현수막 걸거나 전단지 나누어 주면서 시민 개도하고 조직하는 캠페인성 일은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본질적이고 가치 있는 일과 변화의 과정에 대한 활동을 글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안내하는 과정 자체가 활동이고 변화일 수 있는 시대다. 이유를 한 가지 더 찾자면 앞서 이야기 했던 사이비 종교단체로 오해 받지 않는 과정이다. SNS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꾸준히 활용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요즘 사이비 종교집단들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시민사회, 청소년, 청년 등 이 바닥에서 20년이 넘었으니 꽤 긴 시간이다. 시민들과 함께 네트워크 하고 조직하면서 활동해 왔다. 감동과 많은 변화도 있었다. 훌륭한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배움도 커졌고 시민성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깨달으면서 활동해 왔는데 최근에 시민사회 조직과 네트워크의 견고함과 지속가능성에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사이비 종교조직들을 생각하면서 비교가 되었다.

 

신천지 류의 사이비 조직, 그리고 다단계 업체들이 행하고 있는 그 단단하고 열정적이며 헌신적인 조직력은 내가 그 동한 살아 왔던 이 바닥 관계력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가서 조금 배워 볼까도 하는 생각해 봤는데 문제는 내 성격에 신천지에서 새천지가 나왔다는데 그 아래 별천지같은 거 차리고 교주행세 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우리처럼 운영하는 시민사회 조직과 사이비종교 조직들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탐욕이기성에 집중되어 있었다. 개인의 영생, 개인의 부, 개인의 즐거움, 개인의 쾌락 등 그 안에 이 상한 믿음이 생기는 순간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어 가는 현상. 삶을 걸고 자신의 믿게 되는 거짓영생을 위해 가족도 버린다. 피라미드 업체들 또한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지인들 모두 끌어 들인다.

 

무엇 때문인가? 그들을 잘 살게 해 준다는 허울은 입혔으나 그 본질은 결국 개인의 탐욕이다. 이를 감추기 위해 모략전도 운운하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비영리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은 개인의 행복이나 가치도 이야기 한다. 다만 행하는 일 대부분이 사회를 지향한다. 사회의 변화, 사회의 긍정적 가치, 인권, 평화, 환경과 같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에 연결되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고 그 일을 행하기 위해서 조직하고 네트워크 한다. 이타성, 공동체성, 공생 등의 다른 차원의 가치로 넘어간다. 여기에 집중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봄이구나!

 

활동하는 법인과 연구소에서 자비량으로 함께 뜻을 세우고 그 가치를 통한 변화를 위해 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있다. 청소년들 지원을 위해 달그락달그락이라는 청소년자치공간을 만들고 그들의 진로와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서 함께 하는 이들. 그래서 느슨하든 견고하든 이렇게 모여서 연대와 조직 등의 용어를 쓰면서 자신의 시간과 역량과 돈을 내고 함께 하며 뜻을 이루어 가는 활동을 만들어 간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 귀한 일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바닥 일이 더욱 더 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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