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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학교밖 청소년과 마스크

by 달그락달그락 2020. 3. 8.

 

지난 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적 마스크 구입 절차 및 구매 한도를 발표하면서 미성년자가 마스크를 구입할 때 본인이 직접 여권을 지참하거나 학생증과 함께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도록 안내했다.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 학교 밖 청소년은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데 학생증이 있을 턱이 없다. 국가에서는 주민등록증과 같이 청소년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증이 있으면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했다. 그룹의 회원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대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바로 질의했고 온라인으로 협의해 보겠다는 의견도 들었다.

 

청소년참여네트워크에 공지에 올린 글

 

중앙 부처에서 지자체에 협의하면서 내려오는 시간도 있고 해서 이 문제를 지자체의 관계자들에게 바로 안내하자는 공지를 그룹에 올렸다. 관심 갖고 있는 분들이 지자체 담당자와 시의회 등 관계자들에게 청소년증으로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군산, 대전 등에서 청소년증으로 마스크 살 수 있다는 내용들 공유

 

바로 다음날 세종과 안성, 군산 등이 청소년증으로 공적 마스크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다음 날 대전이 참여했다. 점차 다른 지자체도 동참할 거라고 예상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까지 학교 밖 청소년 운운하면서 설레발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더러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국가는 학교를 다니 건, 다니지 않던 간에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노력해야할 의무가 있다. 헌법에 그렇게 적혀져 있다.

 

학교밖 청소년차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강병웅 선생님 SNS에서

 

년 초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극장과 프랜차이즈 업체는 학생증과 교복만 있으면 할인을 해 주거나 무료입장이 가능한 여러 이벤트가 열린다. 문제는 학생증과 교복이라는 단서다. 여기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들은 배제된다. 버스를 타도 교복을 입지 않으면 청소년할인이 어려운 경우까지 있었다. 수년 간 관련 일들을 문제제기하는 활동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기업과 관련 부처들이 조금씩 변해가고는 있지만 이번 공적 마스크 구입을 보면서도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난해 초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매달 10~2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학교 밖 청소년 41명에게 교육참여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히는 기사의 댓글을 보면서 정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관이었다.

 

정상적으로 살면 왜 수당 안주는 거죠?”,
여자가 몸 팔아도 돈 주고 학생들이 학교 안가도 돈 주고 나라가 뭔가 잘못됐다.”,
무상 공교육이 있는데 굳이 그 제도를 뛰쳐나온 사람들한테 저걸 왜 줌. 정 뭣하면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든가.”

 

이 말이 옳다고 여기나?

 

학교를 다닐 수도 있고 어떠한 이유로 그만 둘 수도 있다. 개인의 자유다. 국가의 세금으로 쓰이는 지원금은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를 가면 일인당 100만원이 지원되는데 학교를 가지 않으면 전혀 지원 되지 않는다고 하면 평등한 일인가?

 

어떤 이들은 학교를 가면 되지 안가고 지랄이냐고 반박한다. 학교 폭력 등 폭력적 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배울게 없어서, 학교 교육 이상의 내용을 배우고 싶은 이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두는데 오히려 이런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억지로 교실에 앉아 있게 하는 게 오히려 더욱 폭력적인 일 아닌가?

 

학교에 가도 그렇지 않아도 배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주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정책으로 나타나고 시스템화 되어 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럴 때 학교 교육과 문화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는 말이다. 주민등록증을 원하는 사람만 갖게 하고 대학이나 대학원의 학생증으로 할인 해택이나 국가의 지원을 받는 근거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에서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증을 발급해야 옳다.

 

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678642

 

[아침발걸음] 학교 밖 청소년의 마스크

지난 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적 마스크 구입 절차 및 구매 한도를 발표하면서 미성년자가 마스크를 구입할 때 본인이 직접 여권을 지참하거나 학생증과 함께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도록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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