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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상산고와 지역교육의 인재

by 달그락달그락 2019. 6. 24.

전라북도교육청이 상산고의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 점수인 80넘을 넘기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전국이 모두 교육부가 제시한 커트라인 70점을 따른 가운데 전북만 유일하게 80점으로 상한선을 높인 순간부터 상산고 죽이기라는 주장을 했다. 다른 논란 보다도 평가 자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언론은 학부모들이 도교육청 앞에서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색 옷을 입고 "교육감은 우리 학교를 살려 내라", “전북 교육을 위해” 등의 구호를 외치고 근조 화환을 향해 절도 하는 집단 항의를 했다고 전한다. 수학의 정석 저자로도 유명한 이 학교 홍성대 이사장도 언론에 “인재를 양성하는 게 저만의 책임입니까?”라고 인터뷰 하면서 매년 30억 가량의 사제까지 지원해 가면서 인재 양성한다는데 왜 이러느냐며 억울해 한다1. 이 분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 하겠다. 입시에 도움이 되고 명문이라고 생각해서 어렵게 입학한 학교, 자기 돈 들여 인재육성하겠다면서 입시 명문을 만든 학교인데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부정하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하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반면 자립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자사고는 특권교육이며 교육서열화를 강조한다면서, 애초 이 학교의 목적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경쟁교육을 심화시켰고, 모집에서도 우수학생들을 싹쓸이 해서 일반고를 황폐화 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자사고 준비를 하면서 교육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에서 보이는 전북교육 발전, 곧 ‘지역교육 발전’과 ‘인재’와 ‘교육’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커 보인다. 입시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사회 갈등이 첨예하다. 이에 따른 학교 교육에 대해서 몇 가지는 집고 넘어가야겠다. 


자사고 설립의 취지는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였다. 상산고 또한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라고 안내한다. 다양한 교육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평가도 여기에 맞추어져야 하고, 자사고가 가장 비난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제공했는지, 입시성적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 해서 입시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일반고보다도 입시경쟁교육을 더욱 심하게 시켰는지가 핵심이다. 자사고는 학생을 충원해야 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는 입시를 위한 교육이 주를 이룬다.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통한 사례보다는 입시중심의 교육을 통해서 일반고보다도 더 많은 대학입학률에 의한 홍보가 먹힌다. 다양한 교육보다는 대학입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자율형사립고가 신입생을 최대한 끌어 모아 생존하기 위해서는 '입시 성과'가 중요하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 충원하기 위해서는 입시교육 강화해야 하고, 다양성 교육 하자니 모집은 안될 것 같은 모순이다. 


지역교육발전은 지역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수준의 향상에 있어야 한다. 자립형사립고도 다양한 교육과정의 한 부분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입시교육의 정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역교육 발전과 연관 시키는데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지역에서 입시성적 높인 학생들을 명문대 보내서 서울에 살면서 그들의 일을 하게 하면 지역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선거철에만 만나는 분들이 있다. 고교 졸업 후 평생을 서울에서 살다가 정치하겠다고 고향에 내려오는 분들을 가끔 마주한다. 그래도 이 분들은 출마 하면서 지역 발전시키겠다고 정치 활동이라도 한다. 그 이외에 지역인재 운운하면서 고향 떠난 분들이 지역발전 위해서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다. 


지역사회는 청소년들이 떠나지 않아도 살만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전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국의 지역사회가 그들이 말하는 지역인재 길러서 서울로 보냈다. 상산고가 있는 전북권만 그런 게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다. 지역사회는 계속해서 젊은이들의 인구는 쪼그라 들었고 서울은 계속 비대해 지고 있다. 입시성적 높은 청소년들만 내 보내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에 청년들이 지속가능하게 살만한 사회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외면한 채 매번 인재 타령하면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을 밖으로 내 보내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들과 같은 교육정책 지속해 왔다. 


지역사회는 19살 이후에 무조건 자신의 고향은 등지고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이 그렇다. 교육의 근간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에 있다. 그 삶의 근간이 되는 지역사회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내 보내고 떠나야 하는 암묵적 인식이 떠나는 청소년들과 남는 시민들을 함께 힘들게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전국단위에서 입학생을 모집하는 상산고 등의 자사고가 지역인재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2017년 상산고 신입생 383명 중에 서울, 경기의 수도권이 57.2%였고 기타 지역이 42.8%를 차지했다. 전북은 전체의 20%(80명)였다2. 서울 경기 학부모들의 자사고 중 갈 수 있는 학교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내 보기에 수도권 자사고라는 표현이 맞다. 지역에 상산고와 같은 학교가 많아지면 지역 교육이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다. 상산고에 20% 정도가 전북지역 청소년들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서울권 등 타지에 진학하고 지역에 남는 학생들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전 군산에서 전라북도 외국어고 유치하면 군산에 교육발전을 이룬다고 주장하면서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많은 호응이 있었고 외고를 유치했다. 군산교육이 엄청나게 발전 되었다고 보나? 거짓말은 그때로 족하다. 


인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입시에서의 인재라는 정의는 서울권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을 뜻한다. 유명대학에 입학하면 인재가 되는 관점이 우리에게 주는 환멸이 있다. 입시 성적 1등이고, 성적 좋은 대학 졸업했다는 그 엘리트주의다. 그들이 말하는 ‘입시성적=인재’의 특권의식과 성적으로 줄 세워버린 서열화에 따라 붙는 학연에 따른 평생에 특권적 대우들이다. 자기 역량이 아닌 10대의 때에 길러진 입시성적 하나로 평생을 우려 먹는 특권의식 그 자체가 우리 사회를 좀 먹는다. 입시성적 높여서 들어간 대학 간판과 학연이 평생의 자기 역량을 결정짓는 이 모순이 사회를 힘들게 한다.  


상산고 등 자사고 학부모들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역교육 발전 운운하는 이야기는 안하는 게 맞다. “우리 자녀가 입시성적 좋고 반에서 1, 2등 하고 있으니 상산고와 같은 입시명문학교에서 서울권 대학에 입학하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 더해서 자녀들이 나온 학교가 계속 입시명문으로 잘 유지되기를 바란다.” 정도로 주장하면 반론이고 뭐고 펼 필요가 없다. 


상산고 하나 일반고로 바꾼다고 교육이 잘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상산고와 같은 자사고를 지역에 몇 개 더 만든다고 지역교육이 발전된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우리가 꾸준히 지원하고 함께 해 할 대상들은 자사고의 학생들을 포함하여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다. 자사고가 내세우고 있는 다양성에 입각하여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그들이 고민하고 성찰하고자 하는 곳에 교육이 집중되어야 한다. 어떤 지원의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시민성, 인간다운 삶, 민주주의, 인격도야, 인류공영의 발전 등 교육의 근간이 되는 가치"에 집중하며 사람다운 삶에 대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의 내용들에 집중해야 한다. 


방과후에 부모들이 질문해야 한다. “너 성적 몇점이니?”, “몇 등 했어?” 이런 질문 말고 “너는 오늘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배웠니?”, “너는 오늘 인격을 도야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했어?” 이런 질문이 나오는 교육이다. 내 안에 꿈인데. 이런 질문이 나오는 교육하는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 어찌됐건 세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내년도 선거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여당의 지역 정치인들3도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서 대부분 반대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상산고와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불가 방침에 ‘부동의(不同意)’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간다운 삶’에 방점이 있어야 하고, ‘인재’ 또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며...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깊게 성찰하며 삶을 살아내는 사람에게 칭해야 한다. 수도권도 인구과밀에 힘겨워 하지 않고 지역사회도 잘 살기 위해서는 청소년기 학생들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교육은 단순히 입시성적에 집중할 일이 아니다. 19세 이후에도 함께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며 그들의 삶의 진로에 집중하는 교육이 우선해야 한다. 교육은 입시가 아니다. 삶이고 진로의 부분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교육,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질을 함께 살필 일이다.


  1. (동아일보-최예나, 2019-06-21). “인재 양성하려는데 정부가 말리는 꼴… 기가 막혀”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621/96095877/1 . [본문으로]
  2. 2017 상산고 합격자, 수도권 57%..경기 전북 서울 순 (베리타스알파 –최희연, 2016.11.02.)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65724 . [본문으로]
  3. 전북일보(김세희 승인 2019.06.23 19:26).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 전북 국회의원 전원 "반대"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50024&sc_section_code=S1N1&sc_sub_section_code=S2N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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