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새길

사랑에 대한 책임

by 달그락달그락 2018. 6. 17.

역사를 들여다 보니 대부분 씨족에서 부족으로 그 다음 왕건 이후 봉건사회 순으로 변해 가는 것 같다. 성경의 역사가 그러한데 이스라엘이 가나안으로 들어가면서 씨족에서 부족사회로 넘어가지. 부족사회에서는 왕을 세우지 않아.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사’가 나타나서 일을 해결한다.  


사사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 봤을 거야. 삼손도 사사였지. 사사(士師)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 왕권 사회 이전까지 활약한 지도자들을 뜻해. 그들은 평상시에 농경과 목축에 종사하였던 사람들이었어. 외적의 습격이나 민족이 군사적·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였을 때 이스라엘 민족을 구하기 위하여 일어섰던 사람들이다. 사사는 대부분 카리스마 리더십이 강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 그러나 왕과 같이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자는 아니었어. 어디까지나 지역적이고 일시적인 지도자들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 굉장히 평등한 국가였던거지. 


사사는 나름의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역할을 하면서 리더 역할을 하는데 누구나가 될 수 있었고 세습은 안했다고 해. 당시 이스라엘은 모두가 평등했고 하나님만이 그들의 왕이었다는 거야. 하나님의 영에 붙들린 자가 사사가 되었고 이도 어떠한 사건이나 일이 있을 때에 권위가 있어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이었으며 신의 이야기를 전달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다고 봐. 당시 신 앞에서는 누구나가 평등한 세상이었다는 거야. 


마지막 사사였던 사무엘 제사장은 자신의 아들을 사사로 임명하는데 이 친구들이 문제가 많았어. “맏아들의 이름은 요엘, 둘째 아들의 이름은 아비야 였는데 이들은 사사로 일하면서 아버지 사무엘과 같이 하나님을 위한 삶이 아닌 돈벌이에만 정신이 팔려, 뇌물을 받고서, 치우치게 재판을 했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이전에 대법관이었던 어떤 자의 행실도 떠 오르기도 해. 백성들이 좋아 할리 없겠지(사무엘기상 8:2-3). 결국 이스라엘 각 지역의 대표격인 장로들이 모두 모여서 사무엘을 찾아가서 왕을 세워 달라는 부탁을 하게 돼. 



[사무엘과 엘리. 존 실클톤 코플리(1738-1815), 1780년 작, 캠버스위 유화, 하트퍼드 미술관, 코네티컷]


얼핏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 세워진 사사가 무능하고 문제가 있으니 왕을 세워서 나라를 잘 다스리고 그들의 숙적인 블리셋을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는 주장 말이지. 하지만 사무엘 이전에 엘리 대제사장 때에도 백성들은 왕을 세워 달라고 요청을 했었어. 어찌 됐건 사무엘에 사사가 되었는데 사람들은 또 왕을 세워 달라고 한거야. 자식 사사들이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말이지. 


장로들은 사무엘에게 이렇게 말을 해. "보십시오, 어른께서는 늙으셨고, 아드님들은 어른께서 걸어오신 그 길을 따라 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모든 이방 나라들처럼, 우리에게 왕을 세워 주셔서, 왕이 우리를 다스리게 하여 주십시오(사무엘기상 8:5)." 


다른 (이방)나라들처럼 왕을 세워 달라는 거야. 내가 볼 때 이 부분이 참으로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왕이라는 존재의 위치 때문이지. 신을 그 자리에 세우고 인간은 누구나 평등했거든.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인 하나님은 그것을 원하셨나봐. 이집트의 왕에게 그리 당하고 또 다른 이방 나라의 왕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그 누군가가 왕이 되어 다스리는 나라를 제안하는 거야. 아마도 이렇게 제안하는 자들 중에 자신도 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자신이 힘있는 그 어떤 존재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욕심을 부렸을지도 몰라. 


당연히 사무엘은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어. 하나님께 기도 드리고 여쭙는다. 내가 신이었다면 정말 짜증 대박이었을 것 같아. 그런데 말이지.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그들의 말을 모두 들어 주라고 하셔. 그러면서 “백성들이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버려서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한 것이다(사무엘기상 8:7).”라고 말씀을 하시지. 그들을 여기까지 인도한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는 거라는 거야.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 같아. 이집트에서 노예살이 하던 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자유, 평화 등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자들은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었어.  


그럼에도 하나님은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으셨는지 다시금 사무엘에게 왕의 권한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려 주라고 전해. 왕이 만들어지면 너희에게 어떤 피해가 있고 현재 가진 것들을 못 누리게 된다는 여러 이야기를 해 주라는 거야. 사무엘은 왕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는 백성들을 만나서 다음과 같이 그대로 전한다(사무엘기상 8:11~17). 


 "당신들 다스릴 왕의 권한이 있다. 당신들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부하로 삼기도 하고, 왕의 밭을 갈게도 하고, 곡식을 거두어들이게도 하고, 무기와 병거의 장비도 만들게 할 것이다. 그는 당신들의 딸들을 데려다가, 향유도 만들게 하고 요리도 시키고 빵도 굽게 할 것이다. 그는 당신들의 농지에서 곡식과 과일 중 가장 좋은 것을 가져다가 왕의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그는 당신들의 종들 중 가장 뛰어난 자들을 데려다가 왕의 일을 시킬 것이다. 그는 또 당신들의 양 떼 가운데서 열에 하나를 거두어 갈 것이며, 마침내 당신들까지 왕의 종이 될 것이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핵심은 너희들은 지금처럼 평등하지 않고 ‘왕의 종이 된다’는 거야. 나를 지배하는 누군가를 세우면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설명한 거지. 그리고 사무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해. “그 때에야 당신들이 스스로 택한 왕 때문에 울부짖을 터이지만, 그 때에 주님께서는 당신들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 것입니다(사무엘기상 8:18).” 그런데도 백성들은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하지. 


난 이 구절을 읽다가 나와 함께 우리 모두의 모습을 생각해 봤어. 나랑 똑같더라고. 내가 믿는 신이 정말 싫어하는 일을 생떼 써가며 한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되거든, 신이 나에게 원하는 본질은 내가 가장 평화롭게 삶을 살고 생명을 갖는 거잖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좋은 것들을 준다고 건데 계속 그런 것은 싫다고 우기고 생떼 쓰면서 가지면 안 될 것을 요구하는 내 모습. 결국 망하는 길로 가는 일들이 너무 많았던 거야. 당시 왕을 세워 달라고 하던 이스라엘 민족의 이 골 때리는 요구는 결국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행했던 무수한 잘 못된 선택의 과정만 같아.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님은 더 기가 막힌 말씀을 하시지. 나 같으면 이 백성들을 쥐어 패 버릴지도 모르겠다만 신께서는 "그들에게 왕을 세워 주어라." 라고 요청을 들어 주셔. 그리고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이 서게 된다. 


 내가 믿는 신은 그분이 원하지 않는 일을 사람들이 요구할 때에 계속해서 꼬장 부리고 달라고 하면 들어 준다는 것. 어떤 이들은 로봇 마냥 잘 못된 일은 못하게 하면 되지 왜 그것을 들어 줘서 더 큰 문제를 만드느냐고 하는데 가장 큰 오해는 여기에 있어. 인간을 사랑하니 자유의지라는 것을 주었거든.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너무 큰 사랑인 것 같아)인데 이것을 막아 버리고 누군가에게 조종 당하는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잖아. 


문제는 말이지. 그 큰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자율권 안에서 신이 원하는 내가 가장 잘 되는 선택을 하면 더 큰 복을 받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야. 이스라엘 민족들이 자꾸만 요구해서 왕을 세웠고 그 왕에 의해 피해 보는 당사자들은 결국 그 요구한 백성들이듯이, 우리 또한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 강제, 강압, 관리, 통제가 아닌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지. 그래서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경 읽고 그 분의 뜻에 의한 삶을 그리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한다고 봐.  


잘 못된 선택을 해도 다시 안내하고 기다려 주는 신. 내가 믿는 신이기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너무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도하라고 하셨겠지. 아... 결론은 또 기도와 성경 읽고 현재 삶에 적용하며 당시의 시대정신과 상황, 맥락 파악해 보는 것.


#10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성경이야기

'일상 > 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매  (0) 2019.11.24
상처  (0) 2018.08.19
내가 진심을 다해 믿고 사랑하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  (0) 2018.04.04
삭개오의 회계와 그리 살기  (0) 2018.03.19
감사의 이유  (0) 2017.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