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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직업이 아닌 진로의 성찰 과정

by 달그락달그락 2017. 6. 23.

자유학기제 때문인지 최근 몇 년간 진로활동이라는 용어를 지역사회에서 많이도 들었다.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진로 체험한다면서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나 셰프 운운하는 음식 만드는 체험에 동원될 정도로 관련 일들은 유행이다. 학교나 관련 기관들이 진로활동과 직업훈련의 차이를 알았다면 이 정도의 체험으로 진로활동 운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진로는 삶의 과정이다.]


‘진로(進路)’는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우리 사회의 환경에서 보통 진로를 고민하는 때는 청소년기를 거쳐 20대 청년이 되면서 부터라고들 한다. 문제는 고교시절 설정한 대학과 학과가 자기 삶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이전까지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 


학교나 청소년시설 등 관련 기관에서 10대에게 지원하는 진로활동과 관련 교육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사지에 집중되어 몇몇 좋은 직업을 유추하는 정도가 일반화 되어 있다. 좋은 직업은 막연히 ‘사’자 들어가는 직업으로 여기는 일까지 있다. 여기에서 사자는 목사나 전도사가 아니다. 검사, 판사, 의사 등 사회에 어떠한 위치에 따른 상징적 직업들이다. 


진로는 직업과 관계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직업이 없어도 삶의 길인 진로는 살아 내야 하는 과정이다. 직업은 진로의 과정이지 진로 자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면서 직업을 설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니 좋은 직업이라고 여기면서 따라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군중이 좋은 직업이라고 해서 자신에게도 좋은 직업으로서 진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진로는 인간다움 삶을 살기 위한 여행이어야 한다. 직업은 삶의 여행 가운데에서 좋은 정류소이기도 하고 플랫폼이기도 하다. 직업은 삶의 여행 가운데 올라가야할 산의 한 등성이일 수도 있지만 진로 그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올바른 진로는 우선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면서 그 순간의 삶이 된다. 


직장인 가운데 월급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서 신세 한탄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을 신 노예라고 지칭한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을 대신해 주고 먹을 것, 입을 것을 받는 노예의 삶. 노예처럼 남의 일을 대신 해 주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경제력을 확보하는 직업은 올바른 진로가 아니다. 


내 삶에 참여하고 주인 된 삶을 살아가는 것, 사회라는 공간에서 생명과 공존하는 삶이 진로여야 한다. 직업은 그러한 삶의 여정 가운데 한 부분이다. 내가 살고자 하는 사람다운 삶을 이루는 과정의 수단이기도 하고 그 순간의 목적이기도 한 것이 직업이다. 사람다운 삶에 있어서 현재 노동부에 등록된 직업이 아닌 진로 가운데 이루어진 일 또한 내 삶의 직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위신 있다고 여기는 직업이 아닌 일을 불신하거나 문제시 하는 경향도 있다. 


수년째 청소년들 진로활동이라는 일들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정답은 없었다. 내 삶을 들여다보아도 그렇다. 이미 누구나가 정답이라고 내릴만한 기준이 있을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고 그런 각각의 사람들이 모여서 어우러진 곳이 사회 아니던가. 다만 이 사회라는 곳에서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울려 사는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나 혼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지 않는가. 




연구소와 함께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을 운영한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매년 초에 각 활동별 자치 기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1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전체가 모여서 발표하고 대화한다. 


각 자치기구별 사업에서 “우리는 지역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행하는 일들이 결국 나를 통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이 있으며 살아 있는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핵심인 것이다. 진로활동의 중심이고 본질이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 내가 사람으로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내 삶에 참여하는 과정 가운데 다른 사람도 사람으로 인정해 주면서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이어야 한다. 청소년들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면서 사회와 어떻게 공존하고 함께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직업은 자연스럽다. 곧 진로는 직업 훈련이 아닌 청소년의 진로활동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