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련된 일을 오랜 시간 해 오면서 부모나 교사 등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과 상의하면서 어떠한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의 진로 문제 또한 당사자들의 의견 보다는 부모의 개인적인 선택이 청소년들의 결정권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주 천천히 어디론가 가는 달팽이, 꾸역꾸역 자기 길 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닌지]
고교 3학년이 되면 성적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등급 옆에는 관련 대학이 나열된다. 청소년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진로에 대한 자기 고민 보다는 교사는 등급에 따라서 대학을 안내한다. 상당수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대학 진학 후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아 왔다. 자기결정을 해 본 경험이 없고 누군가 시키는 일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의 연속인데 어느 순간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 혼란을 겪는 청년들이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저항하며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들은 잘 못된 것에는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어른에 대한 비난과 저항은 좋지 못하다며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부모, 교사 등이 시키는 일을 잘 할 때 착하다고 한다. 저항이 없이 누군가 시키는 일을 잘 한다는 것이 착한 것인지 의문이지만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관계에서만은 일반적인 담론으로 통용된다. 문제는 착하다고 불리어지는 청소년들이 명령의 대상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에 의해 선택한 진로 또는 어떠한 일이 자신의 가슴에서 생각했던 것과 불일치하거나 행복하지 않을 때 ‘착함’은 어느 순간 그 당사자들인 부모나 교사에 대한 ‘증오’나 ‘분노’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누군가 ‘시킨 일’은 본능적으로 하기 싫어한다. 이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것이고, 그 소외는 나를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서 통제와 명령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타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일은 당연히 참여수준 낮아지기 마련이고 시킴을 당한 당사자는 그 일을 하기 싫어한다. ‘참여’는 자발성, 자기주도성이 이미 내재해 있는 단어로 ‘자기 선택권’이 요체다.
착하다고 여기는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자기 선택권을 기성세대들에게 이임 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 부모가 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청소년들은 그 일에 대한 참여 수준이 무조건 낮을까? 오히려 시킴 받은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즐거움을 가지고 자기 만족도가 높은 경우도 있다. 어떠한 일이 참여 수준이 높고 자기만족이 크다는 것은 누군가 시킴의 대상으로 치부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일에 대한 자기 해석에 따라서 긍정적인 일이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일이 되기도 한다.
비청소년인 기성세대가 가져야 할 것은 청소년들과의 신뢰관계이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을 진정성 가지고 함께 하고 있는지 자기 욕심으로 일방적인 명령의 대상으로 여기는지에 대한 문제다. 가능하면 청소년들과 수평적 관계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청소년들 관점에서는 누군가 시켰거나 제안한 공부나 진로 등의 자기 해석을 할 수 있는 힘이다. 청소년들의 어떠한 일에 대한 자기 해석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청소년 참여나 자기주도성 운운하면서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고 그저 청소년들이 주장 하는 것을 모두 들어 주어야만 한다는 이들도 있던데, 그 청소년이 주장하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이 주장하는 일은 누군가의 제안이나 미디어 등에 따라 자기 고민의 수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청소년 진로를 설정할 때 순종적인 것을 비판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자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 할 일도 아니고, 누군가 시키는 일만을 잘 한다고 해서 착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은 선택하고자 하는 그 일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한 근거와 깨어 있는 의식도 중요하고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자기성찰에 따른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성찰적 해석이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결국은 사람다운 삶에 대해 집중할 수밖에 없진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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