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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어린이들을 존중하는 학예회

by 달그락달그락 2016. 11. 4.



태어나서 처음 초등학교 학예회라는 곳에 다녀왔다. 20여개 팀이 학년과 방과 후 활동별로 노래, 사물놀이, 줄넘기, 바이올린, 연극 등 그 동안 연습한 것을 공연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도 공연한다고 해서 경기 안산의 회의 마치고 정신없이 달려 왔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보는 게 좋으면서도 한편에서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전교생이 두 시간 공연하면서 딸아이가 20여 명의 반 친구들과 노래에 맞춰 색동옷 입고 춤을 추는데 3분 정도, 잠시 후 10여 명의 친구들과 바이올린 켠 시간도 4분 내외가 전부였다. 


이 짧은 공연을 위해 며칠을 연습했으며 오늘은 아침부터 추운데 떨면서 대기실 등에 있었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이야기 하며 한 사람으로 주체로 참여하는 방안은 없었을까? 북한의 어린이들이 단체적으로 공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사이지만, 꼭 전교생 모아 놓고 공연 연습하고 100% 무대에 올려놓고 춤이나 노래, 악기를 치면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공연 중심의 학예회가 옳은가? 


그 모습에 흥겨워 하는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내 안의 거부감이 커진다. 


어린이들도 누군가 시키고 관리하고 통제하고 반복시킨 공연 중심의 일들이 아닌 학교에서 배웠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소통하고, 교사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변화와 함께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는 없었을까? 


큰 공연장 빌려서 전교생 모아 놓고 학교생활 모두가 문화예술학과 공연하듯이 하기 보다는 반별로 모든 어린이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혁신학교라고 해서 입학한 작은 학교인데 고민이 많아진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행사나 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딸아이가 날보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왜 이리 예쁘기만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