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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청소년은 죄인인가?

by 달그락달그락 2016. 10. 8.

우리 사회에서 존칭 또는 반말을 해야 할지는 ‘민증’ 까라는 한마디에 결정된다. 나이를 중심으로 위아래가 바로 생긴다. 나이주의라고도 한다. 인권단체 중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 반말을 하는 곳이 있다. 40대와 10대가 반말하며 위아래 없이 대화하는데 사회적 통념상 옳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통념과 연결된 ‘성인중심주의’라는 게 있다. 학자들은 “비청소년인 성인이 청소년보다 우월하다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동과 태도, 그리고 성인은 청소년들의 동의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행동과 태도”로 정의한다. 나는 성인중심주의를 배격하려고 무던히 노력 하지만 고백컨대 쉽지 않다. 



[출처. 관련 사이트에서 캡쳐]


최근 백남기 농민 농성장에서 첫날부터 참여한 녹색당의 청소년들 중 흡연자가 있었다. 장례식장 밖의 흡연실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태우자 그럴 때마다 성인들이 나타나서 폭언이나 시비를 걸었고, 급기야 언성이 높아져서 누군가 경찰까지 부르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것에 대해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유야무야 되었다. 관련된 청소년이 SNS에 이러한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댓글과 공유 등을 살피니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청소년들에게 대부분 비난 일색이다. 이처럼 진보, 보수 성향을 가진 단체들이 일치단결하는 것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거의 유일하지 않나? 


논리는 단순하다. 어린 것들이 담배를 피운 다는 것이고, 어른이 이야기 하면 들어야지 흡연 문제까지 진보 꼰대 운운하며 비판하느냐는 것. 모 진보매체에서는 유치원생까지 운운하며 “이들이 담배를 피워도 너희들은 평등 운운하겠지”라며 비아냥대고, 대부분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책임져야 할 게 많다면서 훈계 일색이다. 우리 사회에 쪄들어 있는 성인중심주의적 통념이다.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은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똑같아 보인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원들이 담배 태우고 있는데 내가 옆에서 이 사례처럼 청소년들에게 하듯이 반말로 담배 태우면 되느냐고 몸도 안 좋아진다며 훈계 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10대라는 나이에 담배를 피운다는 것과 그들 말로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이들이 담배 피우는 것과의 차이는 있을까? 오히려 흡연은 80~90세 고령자 들이 10대에 비해 더 위험하지는 않나? 모든 이들이 담배를 태우면 건강에 해롭다는 게 적당한 표현이다. 오래전 8~9년 담배를 피웠다. 금연한 이후에는 내 주변에 흡연자들에게 금연하면 좋다고 권면은 하지만 모르는 이들에게 반말로 훈계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폭력이기 때문이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main.html 청소년보호법에서 캡쳐]


청소년보호법에 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 등이 유해약물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에서 건강에 해로운 약물이라며 정한 법인데 ‘유해약물’ 앞에 ‘청소년’이 들어가 있는 게 생경하다. 20대부터는 유해약물이 무해약물이 되는 시기인가? 나이가 1~2살 많아지니 갑자기 몸이 슈퍼맨이 되냐는 말이다. 금연을 누군가에게 권면하고 제안할 수는 있다. 단, 권면과 충고는 그 만큼의 관계가 되지 않을 때 자칫 폭력으로 변질된다. 


최근 청소년참정권 문제로 고민도 많고, 향후 방향에 대해 어찌 해야 할지 궁리중이다. 참정권 가운데 최소한 선거권은 OECD 국가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나는 가능하면 모든 연령대가 자신이 속한 공간에 권한을 가지고 나름의 책임을 지는 ‘참여권’에 방점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의사를 개진하며 선택하는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죄 지은 사람들에게 죄 값을 묻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그들의 자유권, 즉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기 위해 누군가의 철저한 관리 통제 하에 교도소에 가두는 것 아닌가? 


그러데 나이가 어리면 죄인인가? 자기 결정권을 그 누군가의 힘에 의해 결정당해야 하는가? 청소년은 죄인으로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기성세대의 무조건적인 관리 통제를 받아야 하느냐는 말이다?



ps. 백남기 농성장 안에서의 청소년 혐오 - 서온, 한송이 인터뷰 전문(출처.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 칼럼 쓴 이후에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칼럼에서 안내했던 농성장의 청소년들이 청소년인권운동단체에서 운영하는 신문에서 인터뷰를 했군요.